우리는 동화로 성차별을 배웠다
과거사회가 추구하던 가치 담겨
자연스레 미덕으로 여기며 성장

 

▲ 정수임 지음, 팜파스, 248쪽, 1만3000원.

 

▲ #임신은 혼자하는 것이 아닌데도 #선녀와 나무꾼
▲ #임신은 혼자하는 것이 아닌데도 #선녀와 나무꾼
▲ #예뻐지고 싶은 건 내 욕망일까? #백설공주
▲ #예뻐지고 싶은 건 내 욕망일까? #백설공주

 

"오늘날 이야기되는 성별에 따른 차별과 혐오가 오로지 동화 때문인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그림책도 많고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야기도 많다. 다만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 하나의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할수록 해결 방법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어린아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읽히고 있는 동화들에 얼마나 위험한 생각들이 아무도 모르게 담겨 있는지 찾아보는 일도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차별, 혐오, 젠더, 페미니즘이 불편하다면 어디서부터 그 불편함이 시작되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작가의 말 중에서 7쪽)

이 책은 우리가 아주 어릴 적부터 쉽게 접하는 친근한 동화 이야기 속에 스며든 잘못된 성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해 찾아보고, 이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며 젠더에 대해 알아보는 책이다. 오늘날 전형적이고 안정적이라 믿었던 생활 속 젠더 디폴트에 대해서도 제대로 살펴보는 책이다. 재미있는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 여행을 떠나는 듯한 즐거움을 얻으며 젠더에 대한 이해와 정보를 얻도록 도와준다.

젠더, 양성평등, 페미니즘처럼 왠지 어려울 것 같은 내용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며 한층 친근하게 '젠더'에 대해 살펴보게 돕는다. 그 바탕에는 동화, 즉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가 지닌 힘으로 동화 속 주인공과 오늘날의 나와의 연결고리를 재미있게 찾도록 도와주는 젠더 인문학책이다.

동화라고 하면 우리는 유익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어릴 적 가장 처음 접하는 이야기인 동화는 부모님의 따뜻한 목소리를 통해 듣거나, 단란한 품에 안겨 읽게 되었다. 부모님, 웃어른이 들려주고 추천한 동화는 우리가 믿고 받아들인 첫 세상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야기의 힘은 더욱 세며 우리 마음속 깊이 내면화된다. 그런데 이런 동화들이 과연 좋은 교훈만을 담고 있을까?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동화들은 과거 사회상을 반영하고, 그 시대가 강조하는 미덕과 가치를 담은 채 세상에 태어난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인 동화 속에는 사실 설명 없이 채워버리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왜 백설공주의 새엄마는 외모에 집착을 했고, 빨간 모자에게는 정해진 길로만 다니라고 했을까?' '피터팬은 왜 웬디에게 돌볼 아이들이 많다며 네버랜드에 가자고 제안할까?' 이런 수많은 빈칸들을 '여자다움', '남자다움'으로 채워버린다. 은연중에 우리는 이 한쪽으로 치우친 가치를 미덕으로 받아들이며 자라게 되고, 우리도 모르는 새 잘못된 성 고정관념을 받아들이게 된다.

지은이 정수임은 10대들의 삶에 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웹툰을 읽고 게임도 하고 인터넷 서핑도 부지런히 하는 국어교사다. 십대들을 이해하려는 불가능한 노력보다는 그들과 수다를 떨며 때로는 친구, 때로는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고등 국어 교과서 집필진에 참여했고 <14살에 시작하는 처음 인문학>, <내 말 좀 들어줄래>,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위험하고 위대한 여자들> 등을 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