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과 첫 만남의 충격, 이것은 반불교다
▲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김용옥 지음. 통나무. 248쪽. 1만5000원.

"이 책은 기본적으로 <반야심경> 260자를 해설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반야심경>의 간결한 문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교사의 방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선 제가 <반야심경>을 만나게 된 최초의 계기를 말씀드리는 것이죠. 그런데 저의 <반야심경>에 대한 최초의 느낌은 50년간 저를 지배한 학문적 탐구보다 더 원초적이고 강렬한 것이었어요. 나는 당시 무식하고 막연했지만, 그러기에 더 신선하고 충격적인 메시지를 절박하게 감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프롤로그 중에서 21쪽)

20대의 도올은 <반야심경>의 의미를 접하고 충격을 받는다. 이 책은 그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반야심경>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룬다. <반야심경>은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이다. 이 경전이 탄생되기까지의 결정적 장면들을 생동감 있게 이야기한다. 싯달타에서 대승불교까지의 인도 불교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반야심경>의 '반야'는 완전한 최고의 지혜를 뜻한다.

부처님 입멸한지 약 500년 후에, 인도의 영민한 불교인들은 초기불교의 무아사상을 끝까지 밀고나가 모든 실체적 사유를 부정하는 공(空)사상을 정립했다.

이 공사상을 철두철미하게 체득하는 것이 반야지혜이고, 이 반야지혜의 완성이 '반야바라밀다'이다. 이 때 혁신적 불교 세력이 등장하여 '반야바라밀다'를 중심 테제로 내세우며 치열한 대중운동을 펼친다. 이것이 대승불교운동이다. 반야지혜사상으로 기존 불교의 번쇄한 이론체계를 무너뜨린 것이다.

이 대승불교운동은 새로운 불교를 탄생시킨 불교혁명이었다. 대승불교운동은 다양한 반야부 경전을 만들어내었다.

팔천송반야경을 시작으로 이만오천송반야경, 금강경, 십만송반야경 등 반야경전은 그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반야심경>은 이 방대한 반야경을 한자(漢字) 260자로 압축한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이자, 반야지혜사상의 결정판이다.

이 책의 원전 텍스트로 삼은 현장 번역의 <반야심경>은 동아시아불교 최고의 경전이다. 불교인들 대부분이 외우고 있다.

절집에서 진행하는 모든 불교의식에는, 참여하는 사부대중이 함께 이 <반야심경>을 봉독하면서 그 순서를 시작한다.
이 경전에 들어있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말은 한국인 누구에나 친숙하다. 현재 유튜브에는 힙합음악으로 만든 '반야심경 리믹스'가 젊은이들에게 대단한 인기이다.
이처럼 <반야심경>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이 책은 이 <반야심경>의 메시지를 현재적 의미로 늘 환기시키고자 한다.

일체개공(一切皆空)의 공사상을 그대로 느껴보고, 반야지혜를 제대로 추구하자는 것이다. 모든 것은 연관된 사태 속에서 일시적 현상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누구든지 고착된 이념의 사슬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나는 외친다. 촛불혁명은 반야혁명이다. 반야혁명이 될 때만이 우리는 통일된다. 우리 조선민족의 마음이 하나로 통일되는 그날을 위하여 이 책을 소리없는 민중에게 바친다. 오늘도 슬픈 하루가 저물고 있다."(에필로그 중에서 241쪽)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