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쏙 박히는 '소리'
김경아 명창, 춘향가 속 한시·고사성어 쉽게 풀어
소리꾼 '창본' 활용 가능 … 판소리 저변확대 앞장서
▲ 김경아 명창
▲ 김경아 편저, 범우사, 380쪽, 1만8000원.
▲ 김경아 편저, 범우사, 380쪽, 1만8000원.

 

"판소리는 뛰어난 천재가 만들어 어느 날 세상에 내어 놓은 예술이 아니다. 판소리는 이미 완성되어 고정되어 있는 예술이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집단 창작물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판소리는 우리 민초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들고, 가락 또한 정제되어 왔으며, 수많은 검증 속에서 우리 민족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예술 장르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판소리는 아직도 완성을 향해 가는 입고출신(入古出新), 더늠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번에 내게 된 춘향가 창본 역시 이전 명창의 소리를 이어받아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판소리 전통의 한 마디이다." (김경아 명창의 서문 중에서)

인천을 대표하는 소리꾼인 김경아 명창이 조선 8대 명창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김세종에 의해 전승돼온 소리를 다듬고, 편집한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를 출간했다.
김세종은 19세기에 활동한 명창으로 '김세종제 춘향가'는 대마디 대장단의 선이 굵은 동편제에 속하는 소리로 볼 수 있다.

김세종의 춘향가는 정제된 선율과 표현, 문학적 우수성으로 인해 예술적 깊이가 높은 판소리로 꼽힌다. 흥선 대원군이 특별히 총애한 것으로 유명하며 양반들도 좋아하고 향유할 정도라고 평가된다. '김세종제 춘향가'는 김찬업, 정응민을 거쳐 김경아 명창의 스승인 성우향으로 이어져 왔다.

이번에 발간하는 '김세종제 춘향가'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문학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춘향가 사설을 주석을 달아 음미할 수 있도록 했다. 판소리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중에 하나가 수많은 한시와 고사성어가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에 대한 맥락을 문학적으로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춘향가 사설은 정독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감동을 안겨 주는 완결된 문학작품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는 소리를 배우는 사람들이 창본으로 쓸 수 있도록 장단에 따라 소리 마디를 구분하여 편집했다.

마지막에는 창본에 인용된 한시에 대한 배경 설화와 시 구절 해설을 달아 창본 이해를 돕기 위해 차용 한시 해설을 달았다.

20여년 전부터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 명창은 전라북도 임실 출생으로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와 단국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 고(故) 성우향 명창을 사사한 뒤 이수자가 됐다.

2016년 제24회 임방울 국악제 판소리 명창부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사단법인 한국판소리보존회 인천지회장과 사단법인 우리소리 상임이사로 판소리 저변확대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명창은 10월 심청가 완창을 위해 6월초부터 9월 추석연휴까지 백령도 사찰에서 홀로 판소리 공부를 하는 '100일 독공(獨功)'을 수행하고 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