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스페인 여행에세이
▲ 리스본 '발견 기념비'
▲ 리스본 '발견 기념비'
▲ 밟으면 반드시 마드리드로 돌아오게 된다는 시청 앞 솔광장 바닥의 '마드리드 0㎞' 표식.
▲ 밟으면 반드시 마드리드로 돌아오게 된다는 시청 앞 솔광장 바닥의 '마드리드 0㎞' 표식.
▲ 정효민 지음, 우고북스, 284쪽, 1만5000원.
▲ 정효민 지음, 우고북스, 284쪽, 1만5000원.

"밟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마드리드로 돌아오게 된다는 '마드리드 0㎞'처럼, 읽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마드리드로 떠나가게 되는 <마드리드 0㎞> 되길."(저자의 말 2쪽)

마드리드 시청 앞 솔 광장 바닥에 있는 '마드리드 0㎞' 표식을 밟고 시작한 스페인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여행에세이 <마드리드 0㎞>는 마드리드, 톨레도, 세고비아,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그라나다, 말라가, 론다, 세비야, 리스본 총 10개 도시를 한 달간 여행하면서 느낀 사소한 감정들을 글과 사진으로 옮겼다.

이 책은 저자가 가장 힘들 때 위로를 주었고,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맞다고 용기를 주었고, 다시 한 번 사람을 믿게 해 주었고, 첫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 그냥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스페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함께 스페인을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제 발자취를 따라 걸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에는 작가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작가의 따뜻한 품성, 세밀한 감성,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열정 등 모든 것이 그가 사랑하는 스페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따뜻하게 풀어져 있어서 마음이 푸근해진다. 덕분에 며칠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버지의 사진 솜씨와 어머니의 글 솜씨를 제대로 물려 받아 멋진 사진과 지루하지 않은 문체덕에 남의 일기를 훔쳐보듯 재미있게 읽어버린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다.

거창한 미래를 꿈꾸기보다는 오늘의 소확행을 즐기는 사람들,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 종교인, 가우디의 멋진 건축물들, 옛것과 새것의 조화로움을 잘 지켜나가는 도시, 론다의 모든 것이 되는 누에보 다리의 웅장함 등은 책을 덮으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다.

근사한 풍경을 보기 위해서도 아니고 미완성에도 충분히 웅장한 어느 성당에 가기 위함도 아닌. 그냥 저자가 그랬던처럼 맛있는 하몽에 맥주 한 잔, 타파스 한 입, 츄로스 한 입 먹으러 떠나고 싶어진다.

인천시 연수문화원 문화사업팀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 정효민은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역사와 문화를 좋아했다. 문학적 감성이 뛰어났던 어머니에게서 글쓰는 즐거움을 배웠고, 예술적 감성이 뛰어난 아버지에게는 사진을 배웠다. 해준 게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버릇처럼 하시는 부모님이지만, 두 분이 내게 물려주신 위대한 유산 덕분에 여행에세이 <마드리드 0㎞>를 만들 수 있었다.

전공은 국제통상학이지만 어릴 때부터 문화예술에 관심이 더 많았다. 군대를 다녀온 후 연계전공으로 국문학, 문화인류학, 건축학, 동양미술학을 함께 배웠다.

정효민 작가는 26일 오후 7시30분 서울 송파구에 있는 북카페 '라운징북스'와 27일 오후 7시30분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주니카페'에서 북토크를 가질 예정이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