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0일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성사된 남북미 정상의 회동은 그 자체로 '역사'가 됐다.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의 화약고이자 남북 분단의 상징이 된 이 곳에서 남북미 정상이 손을 맞잡으면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 이후 멈췄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잇는 계기가 마련됐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총력을 기울여 온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 여정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 '사실상 종전선언'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을 마친 후 첫 공개석상에나선 지난 2일 "남북에 이어 북미 간에도 문서상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 행동으로 적대관계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발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경호조치 없이 군사분계선을 월경한 장면, 이후 사상 첫 남북미 정상의 회동이 성사되는 장면 등을 상세히 떠올렸다.
특히 이 과정을 두고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비핵화를 견인하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기위한 방안으로 남북미 정상의 종전선언 가능성을 고려해 왔다.

일례로 올해 2월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불과이틀 앞둔 2월25일,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은 비핵화를 이끌기 위한 의미를 갖는다"라며 "이제 남은 것은 북한과 미국"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한과 미국 정상이 하노이 회담에서 서로 간 적대관계가 종식됐음을 확인할 경우 사실상의 종전선언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비핵화의 입구'로 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회동 및 북미 정상 간 회동을 통해 하노이 회담 이후 멈춰서는 듯했던 북미 간 협상이 완전히 제 궤도에 안착했고, 이는 사실상의 종전선언과 같은 여건이라는 것이 문 대통령의 평가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차기 정상회담도 관심
판문점 회동을 통해 사실상 3차 정상회담을 가진 북한과 미국은 7월 중으로 실무팀을 꾸려 북한 비핵화와 차기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포괄적 협상에 착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단독으로 회동한 후 "북미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 협상을 하는데 합의했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2~3주 내에 실무팀을 구성해 실무협상을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미국 측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를 대표로 하는 실무협상팀을 구성할 것으로 보이며, 북한 측은 1·2차 때와는 다른 새로운 실무팀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실무협상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이후 비핵화 대화가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다시금 정상들이 '톱 다운' 외교를 꾀하면서 성사되는 것이어서 상당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양국 정상은 1·2차 정상회담을 반면교사 삼아 '보텀 업' 방식의 실무협상에 확실한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여 향후 협상 추이가 주목된다. 비핵화 협상과 함께 차기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시기 등도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김 위원장이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를 방문할 가능성이 크지만,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도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한단계 진전
문 대통령은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평소에 늘 강조해 온 것처럼 남북관계 개선과북미대화 진전이 서로 선순환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북미 간에 이뤄지는 비핵화 담판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서 뒷받침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성공단이 남북 경제와 우리 안보에 가져다 준 긍정적 효과에 관해서도 설명할 기회를 가졌다"고 발언한 부분도 주목된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통한 북한과의 협력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맞물려 문 대통령이 앞서 제시한 '경협 지렛대' 구상이 다시 부상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런 '경협 지렛대'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 폭을 넓히는 것은 물론, '경제건설 총력 집중'을 새로운 국가전략 노선으로 택한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매력적인 요소라는 것이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19일 한미 정상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도·도로 연결과 경협 사업에서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라고 말하면서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했었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


'깜짝 회동' 일등공신은 트위터
트럼프 파격 제안 32시간 만에 악수


6월30일 오후 3시45분 이뤄진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은 약 32시간 전인 29일 오전 7시51분에 올라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글로부터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에 머물던 중 트위터에 "그곳(한국)에 있는 동안 김 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DMZ(비무장지대)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고 인사(say Hello)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야말로 '깜짝' 제안이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던진 '우호적 메시지'일 뿐 실제 북미 정상의 만남이 성사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소수였다.
이런 분위기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이날 오후 1시6분쯤 담화를 통해 "공식제기를 받지 못하였다"면서도, 만남이 성사될 경우 "양국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화답하면서 극적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우선 북측과 가장 즉각적인 소통 창구인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 간에 설치된 직통전화를 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유엔사-북한군 간의 직통전화로 '북미 정상의 DMZ 회동'을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했고, 북측이 이에 즉각 호응하면서 준비가 본격화됐다.

미국과 북한 간의 대면 접촉은 29일 밤늦게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에서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물밑 조율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실장은 회동 당일 새벽까지 김 위원장이 비무장지대(DMZ)에 오는지를 확인했으나 결국 확인이 되지 않았으며, 밤새 잠을 전혀 자지 못한 채 30일 오전 8시쯤 실무팀과 함께 판문점으로 이동했다. 판문점에 도착한 윤 실장은 북한 측과 미국 측을 접촉해 경호·의전·보도 등에 대한 조율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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