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영혼 치유받길 … "

▲ 이상근 작가는 느티나무 둥치에 칼과 끌로만 인간과 인간의 관계(연리지)를 표현했다.

나무밑동에 연리지 표현 … 철학적 메시지 전달
"훼손된 인간 관계 회복해 가는 모습 담고 있다"
늘 마지막 전시라는 자세로 준비 … 12월 초대전



"물질 만능주의로 무너진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회복해 가는 모습을 작품에 담고 있다."

화성시 봉담면에서 태어나 한 번도 고향을 떠나지 않은 이상근(56·사진) 목조작가는 9일 인천일보를 만나 자신의 작품세계를 이같이 설명했다.

불교와 노자의 사상을 작품으로 표현해 전국적 명성을 얻은 이 작가는 느티나무 둥치(큰 나무의 밑동)에 연리지를 표현하고 있다.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들이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것으로 원래는 효성이 지극함을 나타냈으나 지금은 남녀 간의 사랑 혹은 짙은 부부애를 비유하는 말이다.

이 작가는 연리지에 천착하는 이유를 "현대문명이 물질만능주의에 매몰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관계가 훼손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자살률 급증, 저출산, 높은 이혼율, 왕따, 갑질문화 등이 만연되고 있다"고 현실 사회를 진단했다. 이어 "훼손된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병든 사회를 치유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연리지 작품을 보면서 상처받은 영혼이 치유 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주로 병들고 불에 탔거나 노화로 고사한 느티나무 둥치를 작품 재료로 사용하는데, 구태여 나무를 끼워 맞추거나 덧붙이지 않는다. 칼과 끌로만 나이테와 나뭇결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연리지)를 표현하고 있다. 평론가들은 이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해 물질문명 사회에 유무상생의 조화, 자연의 순환, 채움과 비움의 철학적 메시지를 미학적으로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1983년 고교 졸업 후 나무 조각가의 길로 들어선 이 작가는 늘 생애 마지막 전시가 될지도 모른다는 자세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 작가는 2008년부터 개인전을 열고 있으며 최근 3년 동안 '나무가 나무로서 나무만 의전(경인미술관)'과 '봄날의 정원전(2018년)' 그리고 올해 '인사동 김월수가 만난 화가전(미술세계)', '빚그늘 초대전(마루갤러리)'을 참가했다. 이 작가는 올 12월 서울 인사동에서 열릴 예정인 'M 갤러리 기획 초대전' 준비에 몰입하고 있다.

/화성=김기원 기자 1kkw51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