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학년 담임제 발도르프학교 … 첫 졸업생 배출 앞두고 특별한 졸업여행
학생들 실크로드따라 3000㎞ 이동하며 문화·자연체험 통해 견문 넓혀
▲ 대안학교인 인천발도르프학교 8학년 학생들이 지난주 9일간의 일정으로 실크로드를 탐방했다. 사진은 투루판 교하고성을 걷는 실크로드 체험 모습 /사진제공=인천발도르프학교

 

▲ 만리장성 서쪽 끝 가욕관 방문 모습.


"3~4시간 버스 타는 것쯤은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대안학교인 인천발도르프학교 8학년 학생들이 지난 주 9일간의 일정으로 실크로드를 다녀왔다. 이 학교의 교육방침은 8학년 담임제로 운영된다. 한 선생님이 8년간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살피며 교육하는 학교다. 8학년 학생들의 교육과정에는 졸업여행이 포함되어 있다.

"작년 이맘때부터 어떤 여행을 기획하면 좋을까 고민했어요."

이유선 교사의 고민이 해결된 것은 허우범 작가의 강의를 듣고 나서다. 허 작가는 학생들에게 호연지기를 키우는 방법으로 실크로드여행을 권했고, 이 교사의 부탁을 작가가 수락함으로써 고민이 해결되었다.

서안에서 시작하여 우루무치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여행은 쉬운 일정이 아니었다. 총 3000㎞에 이르는 여정에 답사장소만도 30곳이나 되었다. 하루에 평균 400㎞ 이상을 이동해야했다. 육상 교통수단은 물론 배와 낙타 등도 타야하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기후도 일정만큼이나 다양했다. 봄비와 가을비, 폭염과 함박눈 등 사계절의 날씨를 몸소 이겨내야 하는 행군이었다. 음식 또한 현지식으로만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 모두를 잘 이겨냈다.

"향신료가 강했지만 맛있었어요. 특히, 우육면과 빤미옌, 양꼬치는 지금도 먹고 싶어요."

실크로드의 면 음식에 흠뻑 반한 최준혁 학생은 실크로드의 종착지인 로마까지 가보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황의진 학생은 베제클리크 천불동 벽화가 위구르인들에 의해 파괴된 것을 둘러보고는 "자신들과 다른 문화라고 처참하게 부수는 것은 너무 심한 파괴행위"라며 인류문화유산의 보존에 대한 경각심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학생들은 힘든 여행이었음에도 색다른 경험에 뿌듯해했다. 김종필, 문성찬 학생은 밤새 사막을 달려온 기차에서 아침 일출을 보며 새로운 희망에 가슴이 벅차올랐고, 최지원, 강다은 학생은 폭염 속 폐허의 고성을 거닐며 실크로드를 오간 사람들과 문명에 대해 배웠다. 학생들은 낙타를 타고 실크로드의 상인이 되어보기도 하고, 명사산과 화염산을 오르며 인내심과 의지를 불태웠다. 천산천지의 우거진 숲속에서는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발도르프의 교육목표가 올곧게 발현되는 시간들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길고 먼 여행을 다녀온 아이가 훌쩍 커서 돌아왔습니다."

학부모 이화연 씨는 아이가 커다란 세상을 가슴에 잘 품고 돌아온 것에 감사했다. 정성화 학부모는 매번 바른 생각과 실천으로 스스로를 단련시켜온 아이들이 이번 여행을 시작으로 "자신만의 색깔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꽃으로 피어줄 것"을 기대했다.

올해는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기도 하지만, 발도르프학교가 시작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유선 교사는, "많은 학생들이 임시정부나 백두산을 견학하지만 첫 졸업생들에게는 자신과 세상을 보다 넓게 바라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번 실크로드 여행의 의미를 부여했다. 학생들은 실크로드여행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을 한데 모아 6월29일 프로젝트 발표회와 사진전을 갖는다.

독일에서 시작된 발도르프학교는 인지학(人智學)을 바탕으로 전인교육을 실천하는 학교다. 인천발도르프학교는 '세상은 선하고 아름다운 곳임을 체득하고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교육을 중시한다. 이 학교는 2012년에 개교하여 올해로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