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칭우 정치경제부장

하나의 예타가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지난해 6768만명의 국제여객 실적을 달성해 세계 5위 공항에 올랐다. 프랑스 샤를드골공항(6638만명), 싱가포르 창이공항(6489만명)을 제친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개장 이후 연 평균 7.7%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선에 특화돼 있지만 국내 노선과 환승 승객까지 포함할 경우 지난해 6824만명을 기록했다. 올해 7400만명의 항공여객을 처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인천공항 항공여객처리능력 72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제2터미널을 개장한 지 1년만에 혼잡을 걱정하게 됐다.
항공 전문가들은 2023년 4단계 완공시점을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조기에 달성하는 한편 1억3000만명까지 여객처리능력을 보유할 수 있는 5단계 건설사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4단계 건설사업은 2023년 인천공항 항공여객이 95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올 1월 공사에 들어갔다.

항공여객 증가는 필연적으로 항공편 증가가 수반된다. 당연하게도 항공안전을 위한 항공정비단지(MRO) 서비스 2단지 조성과 격납고 확대도 서둘러야 한다. 비행기 운항편이 느는데 이를 수리할 시설과 계류할 시설도 늘어야 하는 이치다. 항공여객 증가세에 발맞춰 대중교통망 확충과 교통인프라 구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제3연륙교 및 영종~신도~강화고속도로 조기개통, 제2공항철도 건설도 '당연하게' 갖춰야 한다.

지난해 1월 개장한 제2터미널은 'H'자 글자를 기반으로 봉황이 만나는 모습을 형상화한 모양이나 'H'의 완전한 형태는 아니다. 절반에만 그친 모습이다. 4단계 건설사업은 제4활주로와 함께 제2터미널을 확장하는, 아니 H 모양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국책사업 등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예비타당성 조사(예타)에서 항공여객 증가치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과소'하게 잡았기 때문이다.
제2여객터미널을 준비하면서 2015년 4500만명, 2017년 5000만명, 2020년 6000만명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지만 실제 여객은 2017년에 이미 6100만명을 넘어섰다. 공항 인프라 구축 속도가 항공여객 증가세를 못 쫓아가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왕 건설하는 것 완전한 'H'를 만들어 놨어야 했다.
또 다른 예타가 있다.

수도권을 분노케 한 예타 면제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는 지난 1월말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23개 재정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를 결정했다. 예타는 500억원 이상의 총사업비가 투입되면서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사업과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해 경제성 등을 검토하는 작업이다.
국가균형개발 차원에서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채 지역에 R&D 거점을 만들어 지역별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육성된 사업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데 방점이 찍혔다. 낙후된 지방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시설도 포함됐다. R&D 투자 등을 통한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전북 상용차 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 생태계 구축 사업과 광주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 사업, 전남 수산식품수출단지 사업 등이 포함됐다. 3조6천억원 규모다.

새만금 국제공항과 대구산업선 철도, 부산신항~김해고속도로, 서남해안 관광도로 등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의 인프라 확충을 위한 5조7000억원 규모다.
전국적인 광역교통 물류망 구축을 위해 김천~거제간 고속간선철도와 청주공항~제천간 고속화 철도망, 세종~청주 고속도로 등 10조9천억원 규모의 사업이 예타 면제를 받았다. 환경·의료·교통 등의 시설 확충을 위해 제주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와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 대전도시철도 트램 2호선 등이 4조원 규모의 사업도 예타 면제 사업에 포함됐다. 관심을 모았던 GTX-B노선 등은 수도권 사업이라 제외됐고 낙후된 접경지역 사업 일부가 예타 면제 사업에 생색내기로 구색을 맞췄다.
같은 예타인데 한쪽은 실제 수요량도 못 쫓아가는 발목잡기용으로, 다른 한쪽은 수요도 불명확한데 국가균형 개발 명목으로 개발사업의 물꼬를 터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발전의 대계와 미래 대한민국 먹거리 창출이라는 '화두'도 수도권이라면 무조건 족쇄부터 채워서는 안된다. 수도권과 지방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세계가, 인천과 세계 주요 도시가 경쟁상대인 것이다. 잣대는 같아야 한다. '저울이, 자가 그때그때 달라요'라면 당연히 분쟁이 싹 트고 불만이 쌓이고 언젠가는 폭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