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햄프턴 사이드(57)가 미국의 언론인이자 작가로 지난해 펴낸 '장진호 전투'는 잊혀진 전쟁 그리고 잊혀지고 있는 전쟁으로 불리는

 

한국전쟁(1950~1953)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책자가 되었다. 한국전쟁이 끝난지 10여년 후 남부 테네시 주의 멤피스에서 태어난 사이드는 명문 예일대학 졸업 후 신문과 잡지에 기고하면서 작가로의 길을 개척해왔다. '유령군인', '동토의 왕국', '피와 천둥', '지옥의 행진' 등은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작가 사이드는 '장진호 전투'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당시 17세의 체로키 인디안 출신 사병 프랭클린 차프만의 일생을 추적하고 있다. 1950년 1

 

2월 혹한을 무릅쓰고 제7보병사단과 중공군의 전투에서 나이 어린 차프만 사병은 생명을 걸고 앞장서 싸우다가 사방에서 날아온 총탄에 의식불명이 된다. 간신히 눈을 떴을 때는 포로의 몸이 되어있었고 장진호 전투에서 포로가 된 동료들과 강계(江界)로 이송되어 3년 동안 힘겨운 포로생활을 견뎌냈다.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온 차프만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작가 사이드는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2차 대전이 끝났을 때와 같은 감격과 환호나 승리의 행진도 없었던 것은 한국전쟁이 '공식적인 전쟁'이 아니었고 승리한 전쟁도 아니고 그렇다고 패배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전쟁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작가는 해석한다. 그의 용맹에 메달도 수여되지 않았고 신문이나 잡지도 관심이 없었다. 제대 후 다시 공군에 입대하여 16년간을 복무한 차프만이 만성두통을 호소하자 군의관은 그의 머리에서 파편을 찾아냈다. ▶85세가 된 차프만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흔히 겪는 신경장애와 PTSD(외상스트레스)를 겪고 치매증상도 보이지만 장진호 전투 장면은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쓴 작가 사이드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사라지기 전에 그들의 명예를 위해서도 기억되는 전쟁이 되어야겠다고 했다. ▶지난해 참전용사들과 함께 한국을 찾은 작가 햄프턴 사이드는 왕복 항공권에 5성급 호텔 그리고 고속열차로 지방여행까지 할 수 있었던 참전용사들은 폐허였던 서울이 거대한 현대식 도시로 탈바꿈하고 한강변 양쪽에 가득한 아파트에 불빛이 밝을 수 있는 것에 보람을 찾았다고 썼다. 또한 참전용사 초청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감사할 줄 아는 마음도 한국전쟁을 역사에 기억되는 전쟁으로 다시 써야할 이유라고 언급한 대목에서는 '장진호 전투'를 쓴 작가의 신념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