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사이 낀 한국, 기왕이면 '영악한 새우' 되자
▲ 우수근 지음, 위즈덤하우스, 300쪽, 1만7000원

"당신은 여전히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라고 생각하는가?", "일본은 보도, 중국은 매체, 한국은 언론이라는 표현의 의미는 무엇인가?", "'쌈박질 공화국 대한민국'을 동북아의 균형자로 예측하는 이유는?"(대한민국에 던지는 10가지 질문 中)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거대한 두 마리 고래 사이에 낀 작디작은 새우로서의 비좁은 자기인식에 갇힌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지적한다. 나아가 과거 못살고 못 먹던 시절의 막연한 사대주의와 냉전의 기억에서 벗어나 G2 중국과 G3 일본을 우리의 발판으로 삼고, 우리 이익에 충실한 대응을 할 것을 주장한다. 동시에 고립된 분단국이 아닌 유라시아의 출발선이자 한중일의 경제·정치·문화 담론을 끌어나가는 동북아 리더로서 가져야 할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저자는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일본 게이오기주쿠 대학교에 유학해 국제법 석사,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에서 로스쿨 석사, 상하이 화둥 사범대학교에서 동북아지역 연구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상하이 동화 대학교 국제문화교류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현재 중국 상하이 사회과학원 특별초빙연구원, 산둥 대학교 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단법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동북아 문제 당사자국을 고루 다니며 유학한 경험과 한일아시아기금 조성, KOTRA 중국진출 멘토 등 한중일의 정치·경제 장벽을 허무는 활발한 활동을 한 덕분에 눈에 보이는 한중일 정책 노선 이면에 숨은 정치·역사적 선택의 동기와 경제 욕망을 탁월하게 읽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당시, 연일 국내에 보도되던 '문재인 홀대론'을 정면 반박하는 언론 인터뷰로도 크게 화제 된 바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며 '청나라는 오랑캐요, 조선은 소중화(小中華)'라 여겼던 1780년대에 홀로 청나라의 발달된 문명을 관찰하고 이를 기록으로 옮긴 탁월한 실학자 연암 박지원 선생의 <열하일기>를 본받고자 했다. 백성을 잘살게 하는 상공업이나 농업 실무에는 무지하면서도 청나라의 선진 문물은 오랑캐의 문화라 싸잡아 배격했던 당시 양반들의 문화가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우리사회에 만연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청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면밀하게 분석하면서도 청나라가 한족(漢族)뿐만 아니라 몽골·티베트 등 주변의 강성한 민족들의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음을 꿰뚫었던 연암 선생의 실학자로서의 면밀한 분석이 오늘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도 절실하다고 이야기한다.

상대를 '좋은 놈과 나쁜 놈'으로 분류하고 '어차피 덤벼봤자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는 열패감에 빠져 동북아를 바라보지 말고, 아무리 강한 상대에게도 약점은 있고 아무리 나쁜 놈에게도 함께 도모할 길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도약의 희망을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임을 밝히는 저자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 전반에 다양한 자극을 안기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