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시어즈 로벅 백화점은 1893년에 로버트 W 시어즈가 창업하여 미국 최대의 백화점이자 금융서비스 회사로 성장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시어즈는 1974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미시건 호반에 건설하고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필자가 1994년 미국에서 FIFA 월드컵 대회가 열렸을 때 시카고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친지들과 함께 103층 전망대까지 초고속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 주변 경관을 보던 기억도 생생하다. ▶수출주도의 경제개발시대에 시어즈에 납품계약을 했다는 것은 성공의 지름길이기도 했다. 섬유제품을 위시하여 운동화나 가방류들의 수출이 호황을 이룰 때 시어즈는 한국 수출회사의 든든한 바이어였다. 주식회사 대우가 급신장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김우중 회장의 활약으로 시어즈를 섬유제품의 바이어로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어즈는 계속해서 우리나라의 TV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을 미국 소비자들에게 소개했다. ▶시어즈의 우편주문용 카탈로그에는 소비자들이 필요로하는 거의 모든 제품이 수록되어 있었다. 결핵 약품을 위시하여 어린이 옷가지들이나 결혼의상은 물론 자동차까지도 우편으로 주문할 수 있는 1천 페이지가 넘는 도록은 미국인들이 성경 다음으로 자주 보는 책자가 되었고 외국인들에게는 대량생산과 소비왕국을 실감하게 하는 책자이기도 했다. ▶1969년에는 35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1974년에는 세계 최고의 빌딩을 완성하면서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시어즈는 도심중심가에 위치하는 백화점의 한계를 깨닫고 우편판매라는 유통혁신책을 도입해서 백화점 체인을 오랫동안 선도할 수 있었으나 자만심으로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거대해진만큼 브랜드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2005년 Kmart에 인수되었으나 오프라인에서는 월마트에, 온라인에서는 아마존에 밀려서 쇠퇴를 계속하다가 시카고의 대표적인 매장마저 팔려나갔다. ▶2012년에는 에드워드 램퍼트를 위시한 투기자본가들이 시어즈를 다시 인수했으나 미국 전역에 산재해 있는 687개에 달하는 매장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벽이 갈라지고 천장이 무너지는 붕괴위험에 직면하기도 했다. 새 투자자들은 소비자들의 변화된 의식과 전자상거래의 약진에 대처하기보다는 부동산 가치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126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 소비문화의 상징 시어즈의 파산신고를 보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통혁명의 현실을 보는 것 같은 실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