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1988년 여름 올림픽 개최권을 놓고 일본의 나고야와 대결했던 독일의 바덴 바덴 올림픽 총회에 필자는 한국유치단의 핵심위원으로 현지에서 IOC 위원들을 상대로 한 득표활동의 일선에 있었다. 파리특파원 시절 로잔의 IOC 본부에 자주 취재를 갔었고 1978년 세계사격대회 유치를 맡아 IOC 위원들을 두루 알고 있었던 것이 유치단으로 임명된 배경이었다. ▶IOC 총회가 열렸던 바덴 바덴에 도착한 1981년 9월 서울이 나고야를 꺾고 올림픽 개최권을 확보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IOC 위원장으로 선출된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은 올림픽 개최권을 경쟁없이 나고야에 주는 것보다는 올림픽 경기 개최권 경쟁을 흥행시키기 위해 뒤늦게 서울을 출전시켰다. 당시 한국의 IOC 위원이던 김택수 씨 자신도 올림픽 경기 서울 개최에 회의적이었고 유치위원장을 맡았던 정주영 회장은 국제스포츠계의 뉴페이스였다. ▶일본유치단의 자신만만한 자세와는 달리 처음부터 저자세로 임하고 개최권을 따게 되면 여러 나라들과 협조하여 도움을 받으면서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IOC 위원들을 설득하자는 것이 필자의 전략이었고 정 회장과 박영수 서울시장도 전폭적인 지지를 표했다. 특히 세계사격대회 유치와 준비 그리고 개최과정에서 필자와 긴밀한 협조관계에 있었던 박종규 회장과 아디다스 그룹의 다슬러 회장과의 우의는 아프리카와 중동지역 IOC 위원들의 표심을 확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로비자금을 동원해서 IOC 위원들의 표를 매수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 ▶필자가 유치책임을 맡았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때도 뉴델리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상대와의 대결이었지만 금전공세는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했고 시도한 적도 없었다. 뉴델리의 파상적인 공약과 선심공세를 아시아스포츠 약소국들에 대한 지원공약 등으로 개최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일본 체육회장(JOC) 겸 IOC 위원이기도 한 다케다 쓰네카즈(竹田恒和) 회장이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과정에서 거액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프랑스 사법당국이 집요하게 수사하고 있다. 필자도 20여년 전부터 가깝게 알고 지내는 다케다 회장은 아시안게임 전후로 인천을 여러차례 찾았던 올림픽 승마선수 출신이다. 아베 수상까지 나서서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유치작전에서 뇌물혐의를 프랑스 당국이 수사를 계속하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도 순탄할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