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사회부장


어느 날 엄마에게 무심코 질문을 던진적이 있었다.
"나 학교 다닐 때, 엄마는 뭐가 가장 힘들었어?"라고.
곧 돌아온 답변은 "도시락 싸기. 애들이 셋이니 아침에 도시락 몇개를 싸야했겠니."
고등학교 시절,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일명 '야자(야간 자율학습)'까지 했으니 나만해도 도시락 2~3개 정도는 필요했다.
아침마다 엄마는 가족들 아침끼니에 자녀 도시락 챙기느라 분주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추억이 있는 내 또래 세대들에게 지난해부터 시작된 무상급식과 올해 실시되는 무상교복은 적극 반길 일이다.

내 또래가 추억하던 부산했던 아침 풍경이 여유라는 이름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락 싸느라 뒤돌아 서 있어야 했던 엄마·아빠가 자녀와 함께 식탁에 앉아 얼굴을 마주보고 한끼를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2018년 시작된 무상급식은 올해 사립유치원까지 확대돼 인천에서는 그야말로 무상급식 완전체가 가능해졌다. 게다가 방송통신 중·고등학교 재학생에게도 무상급식을 추진할 예정이다.
교복을 사느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얇아질 지갑을 걱정해야 하는 풍경도 인천에서는 못보게 됐다.
2019년 인천은 중학교, 고등학교 신입생 5만3000여명에게 교복이 지원된다. 전국 최초다. 새학기가 되면 이런저런 돈 들어갈 때가 많아 걱정하던 학부모들이 걱정 하나는 줄이게 됐다.
옛날 엄마 뒷모습만 보던 세대들이 이제는 새로운 엄마의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어른들이 볼 때, 요즘 부모들에게 있어 자녀를 키우는 일이 과거와 비교해 무척이나 편한 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아침부터 서둘러 도시락을 안싸도 되고, 교복 걱정은 접어둘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 부모들은 도시락과 교복 걱정을 넘어 보다 철저한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사실상 교육전문가 저리 가라할 정도다. 자녀교육을 위한 갖가지 정보를 모두 꾀고 있어야 한다.
영어학원은 다 같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법, 에세이, 회화 등이 다 다르다. 과학 과목 흥미를 위해서는 다양한 과학교실 목록을 뽑아보고 아이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찾아야 한다. 역사문화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룹을 지어 역사 선생님을 초청해 하는 현장 수업 역시 누구나 한 두번쯤은 해본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초등학생 때도 이뤄지는 논술, 토론은 물론 올해부터 의무화되는 초등 코딩교육을 위해서도 관련 학원 검색 및 점검은 필수다.
체육 역시 또래친구들 모여 클럽에서 배우는 축구나 농구가 인기다. 이 모든 것이 자녀를 위해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이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내 입장에서도 별천지나 다름없게 느껴진다.
엄마·아빠의 전문성은 교육당국으로도 향하고 있다. 무상급식·무상교복을 넘어 내 아이가 교육받는 환경에 대한 관심도 적극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어린이집 폭행사고가 터진 후에는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집회를 열고 대책을 촉구하는 가 하면 과밀학급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다며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송도·청라 등 신도시 부모들은 과밀학급을 우려하며 잇따라 인천시교육청 앞에 모여들었다.
어찌보면, 자녀를 키우는데 있어 부모들의 여유는 더 없어져 버린 것 같다. 아이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몇 배는 늘어난 것이 아닐까.

대학입시를 이야기하기 전에 특목고를 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먼저 정해야 한단다. 특목고를 가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입시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12년 동안 공부해 온 결실을 맛보는 수능 시험을 놓고 지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난이도 조절 실패를 사과했다. 숙명여고 사태로 학생부종합전형 일명 '학종' 불신은 정점을 찍었다. 갈 곳을 잃은 부모들에게 마음 여유가 있을 리가 없다.
급식과 교복은 얻었을지 모르나 갈수록 어려운 자녀교육에서 오늘도 학부모들은 정보를 구하러 바삐 떠돈다. 학부모들이 진정한 교육의 여유를 찾기 위한 우리사회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부디 무상급식·무상급식으로 얻은 여유를 더해 좀 더 많은 여유가 오늘날 부모들에게 찾아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