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차 남북정상회담과 4·27 판문점선언,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과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 내 평화가 깃들고 있다. 올해에도 '우리의 소원'처럼 한반도를 비롯해 전세계에 평화가 안착되길 기원해 본다. 1일 오전 평창올림픽이 열렸던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변에서 한 연인이 한반도 모양의 조형물 너머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우리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거대한 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전쟁을 끝내지 못한 상태, 평화가 없는 상황에서 분단세력들이 가로막았던 장벽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고 길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세계에 펴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천명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전제조건과 대가 없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도 있다고 했다.

'평화의 길을 아주 벅찬 마음으로 걸었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사를 통해 "평화가 한분 한분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 돌이킬 수 없는 평화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평화는 너무나 거대하고 큰 담론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처럼 '서로가 평화를 원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를 원하지 않으면서 통일을 이룩한다는 것은 전쟁을 통해 상대방을 무너뜨리겠다는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이런 바람이 이뤄질 리가 있겠는가?

함께 마주 앉은 테이블에 먼저 자신들이 평화를 원하고 있다는 진심부터 올려놓아야 평화가 시작된다. 지난 한해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한 일은 그것이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는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니까 그 다음 일이 순조롭게 풀리게 될 수 있었다.

1·2차 남북정상회담과 4·27 판문점선언으로 '한반도 평화의 봄'은 시작했고,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과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평화의 가을'로 이어졌다. 9·19 평양선언으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예정됐다.

남북은 65년 만에 처음으로 서로 총 없이 군사분계선을 넘기도 했다. 남북이 '9·19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 차원에서 시범 철수한 비무장지대 내 GP(감시초소)에 대해 상호검증에 나선 것으로, 남북이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후 DMZ 내에 설치된 GP를 상호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1945년 9월 끊어진 남북 간 철도를 연결하기 위해 준비단계인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도 예정대로 열렸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16일 미국 CNN방송은 2018년도에 일어난 '좋은 일' 중 첫째로 '남북한의 종전선언 약속'을 꼽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남북 단일팀 구성을 좋은 일로 선정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한해를 "지난해는 70년 남북대립의 역사를 극적으로 전환시킨 해"라면서 "항시적 전쟁위기에 놓인 조선반도의 비정상적 상황을 끝내고 민족 공동번영을 위한 의미있는 첫걸음을 내딛으며 민족적 평화·번영의 시대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또다시 한반도 평화의 기대는 더 커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얼마나 한반도 평화를 그리고, 미래 한반도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다시 되돌아 보면서 지난해와 같이 올해도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목표점에 갈수도 없다.

애초에 평화라는 길은, 고속도로처럼 뻥 뚫린 길이 아니다. 비포장 상태여서 울퉁불퉁한 험난한 길이다. 그것은 평화가 그리 쉽지 않은 길이라는 의미다. 또 고속도로처럼 목적지를 향하는 하나의 길,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이미 걸었던 길이고, 앞으로 또 다른 누군가가 걸어갈 길이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