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한국전쟁에 관한 많은 저서들 중에서도 미국의 역사가인 T. R. 페런바흐가 1963년에 출간한 <이런 전쟁>은 5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한국전쟁의 실상뿐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전쟁의 또 다른 참상을 극명하게 고발하고 있다. 이 책의 초판 부제는 '준비되지 않음에 대한 연구'였다. 저자 페렌바흐는 한국전쟁당시 미군 장교로 참전했던 사람으로 그의 저서는 <실록 한국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 번역·출간 되었다. ▶<이런 전쟁>은 한국전쟁의 생생한 묘사로 전쟁초기 유엔군의 첫 전투와 북진과정 그리고 휴전회담 진척상황 등을 묘사했다. 이 책의 서문을 읽으면 당시의 실상을 실감할 수 있다. '미식축구나 야구 감독들은 선수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수많은 반복훈련을 시킨다. 이렇게 단련되지 못한 팀은 강하고 거친 상대를 만나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 운동시합이 이럴진대 전쟁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준비 안된 군대가 전쟁에 나가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고 저자는 갈파하고 있다. ▶한국전쟁 초기에 투입된 미군 24사단이 오산·안산·평택·조치원으로 후퇴하면서 연전연패하는 장면도 생생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들에게 내려진 명령은 '대전 이북으로 가서 남진하고 있는 북한군을 저지해라. 더 이상의 정보는 없다. 행운을 빈다.'가 전부였다. 이들은 남진하고 있는 소련제 T-34 탱크를 막기위해 70㎜ 무반동총과 바주카포를 발사했지만 북한군 탱크에 작은 상처만 낼 뿐이었다. ▶남한에서 군사고문단만 남겨 놓은채 미군이 철수하고 애치슨라인의 공개로 한반도가 미국의 극동방위 최전선에서 제외되면서 북한의 야욕은 남침하여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한에 남아있던 미국의 군사고문단은 북한의 남침 준비과정과 개전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사주간잡지 <타임>도 '한국군은 미군 다음의 최고의 군대'라고 평가했지만 북한군의 T-34 탱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부에서 틸러슨 국무장관은 일찌감치 교체되었고 법무장관에 이어서 내무장관도 경질되는 상황에서 '미친개'라는 별칭을 가진 제임스·메티스 국방장관은 독야청청하다. 지난해 말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미사일 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한반도에서의 군사충돌가능성을 묻는 말에 메티스 장관은 <이런 전쟁>이라는 책을 읽어보라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이 시점에서는 메티스 장관이 어떤 대답을 할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