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경기본사 정경부장


대단한 '싸움꾼'이다. 자신을 압박해온 검경, 정치권 등을 상대로 벼랑 끝에 서서 전세를 역전시킨 이재명 경기지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13일로 공소시효가 끝난 6·13 지방선거 선거법 위반 수사에서 이 지사 부부는 두 차례 소환과 압수수색 등 사상 유례없는 선거법 수사를 받고 결국 이 지사는 기소됐다. 이번 수사에서 이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모두 3가지다.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검사사칭', 그리고 '대장동 개발사업 선거공보 허위발표'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만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당초의 예측을 깨고 검찰은 이 지사를 둘러싼 6가지 의혹 중 3가지에 대해 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지지자들은 이 지사를 기소한 검찰과 경찰에 대해 정치한다고 맹비난하는 등 기소를 놓고 찬반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이런 시민 여론과 달리 여의도나 정치권은 이 지사의 판정승 또는 완승이라는 정치 공학적 해석을 내놨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한 언론에서 "탄탄대로에 올라섰다"고까지 했다. 하나의 혐의만 유죄를 받아도 도지사직을 내려놓을 수도 있는데 완승이고 탄탄대로라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가장 괴롭혔던 사건은 '혜경궁 김씨' 사건이다. 지방선거 경선 경쟁자였던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과 바른미래당 김영환 도지사 후보의 고발 등으로 수사에 착수한 '혜경궁 김씨' 사건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에 대한 두 차례 소환조사, 핸드폰을 찾기 위해 자택과 사무실까지 수색하면서 각종 추측성 보도와 유언비어로 이 지사를 괴롭혔다. 결국 이 지사는 "죄없는 무고한 아내와 가족을 이 싸움에 끌어들이지 말라"며 스스로 벼랑 끝에 섰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의 실체를 규명하려면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영씨 사건 규명부터 하라고 말해 민주당 대주주인 '친문계'를 자극했다. 한마디로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말끝나게 무섭게 검찰은 이 지사의 자택과 사상 초유의 도지사 집무실까지 휴대폰 찾기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후 여론은 이 지사의 정치운명이 다했다고 평가했다.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에서도 혜경궁 김씨의 실체를 규명할 휴대폰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혜경궁 김씨' 사건은 증거부족으로 무혐의 결정났다.
정두언 전 의원은 이에 대해 한 방송에 나와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를 거론한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하태경 의원이 똑같은 건으로 허위사실로 입건됐는데 무혐의로 나왔다. 검찰에서 왜 무혐의가 나왔겠나? 조사를 해보니까 하태경 의원이 무혐의인 거다. 그런데 경찰은 그것도 모르고 입건 한 거다. 그래서 기소까지 하려고 올렸는데, 검찰에서 같은 사안을 두고 다르게 판단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불기소 처분한 거다"라고 평가했다.

'김부선 스캔들' 사건은 어떠했나. 이 지사는 김부선씨가 신체특정부위에 점이 있다고 지목하자 직접 병원을 찾아 일명 셀프 검사를 받았다. 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사의 셀프검사에 경찰도 당황했고, 더 이상 수사를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지사의 특유의 싸움 방식이다. 그는 말 한마디에도 엄청난 공격을 받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맷집은 좋아지고, 흔들림도 없었다. 이제는 여유가 생겨 강온 전략도 적절히 구사했다.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이기도 하고, 억측에는 변호사의 장점을 살려 요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말이다.
이렇게 경기지사 취임이후 6개월을 싸웠다. 그리고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았다. 그리고 민주당은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 지사를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대권교두보를 사수한 셈이다.
이 지사의 한 측근은 "'죽으나 사나 민주당원'이라고 배수진을 친 진정성과 이 지사의 두꺼운 지지층을 고려해 당 지도부에서 징계 유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더해 이 지사의 승부사 기질이 제대로 발휘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지사는 앞으로 1년여 간 법정을 다니며 기소된 3개 혐의를 풀어나가야 한다. 또한 이 지사의 세상을 바꾸는 원대한 정책들이 여정을 시작한다. 중요한 시간이다. 그래서 이 지사는 더욱 분발해야 한다. 각종 의혹 등 괴롭혔던 문제도 정리됐으니 이제 도정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도민들은 '일 잘하는 도지사'를 보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