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 - 중단 갈팡질팡 … 주민 갈등만 커져
▲ 지난해 광주광역시가 국방부에 낸 광주공항 군공항 이전사업계획이 승인됐고, 국방부는 전라남도 영암, 신안, 무안, 해남 등 4곳을 예비이전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군수송기 한대가 민간항공기가 출입하는 광주공항 터미널 앞을 지나고 있는 모습.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지난달 19일 오전 화성시 우정읍 일대. 지역을 들어서는 길목 곳곳에 군공항 이전을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군공항 이전 반대 시민들이 모인 단체가 내걸은 것이다.

우정읍사무소로 향하던 주민 이모(52)씨에게 군공항에 대해 묻자 "전투기가 날아다녀서 소음을 낸다는데 그걸 받아들일 주민이 어디 있겠느냐"며 "지역에게 불행이 찾아 온 것과 다름없다"고 성을 냈다.

다른 의견의 주민도 있었다. 박모(48)씨는 "지역에 쓰레기 매립장, 공장 등 혐오시설이 남발하는데 발전도 없어 군공항을 통해 보상받고자 하는 주민들도 많다"며 "특히 멀리 떨어진 동탄 등 도심 사람들은 크나큰 발전의 기회로 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군공항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수원시와 화성시는 정작 군공항 문제로 화합은커녕 등을 돌린 처지가 됐다. 지난해 국방부가 군공항 이전이 적합한 예비후보지역으로 화성 화옹지구를 선정하면서 대립관계가 됐다.
수원시는 군공항 이전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양쪽 주민들의 피해를 차단할 수 있는 설계를 구상했고, 발생하는 개발이익금 등으로 해당 지역과 주민을 지원할 계획도 수립했다.
반면 화성시는 '무조건 반대'다. 다른 지자체가 우리 지역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군공항 이전 전면 백지화'를 목표로 대응하는 중이다. 결국 수원 군공항 이전은 잠시 중단된 상태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주민들의 의견까지 엇갈리면서 사업이 '추진-중단' 사이 갈림길에서 헤매고 있다. 피해 우려로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는가하면 오히려 이전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주민을 위한 개발도 이뤄진다며 찬성하는 주민들이 있다. 이 부분이 국방부나 지자체 모두의 고민거리다.
마찬가지로 군공항(1전투비행단) 피해가 있는 광주광역시 역시 군공항 이전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해 광주시가 국방부에 낸 군공항 이전사업계획이 승인됐고, 국방부는 전라남도 영암, 신안, 무안, 해남 등 4곳을 예비이전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전남은 물론이고 이 4개 지역 모두 거부의사를 광주시에 밝힌 바 있지만, 최근 들어 민항인 '광주공항'과 '무안국제공항'을 통합하고, 군공항을 이전하는 방안이 떠올라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주민들의 의사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카드다.

대구광역시 군공항(11전투비행단) 이전 사업 분위기는 수원·광주와 정반대다. 군·민간공항 통합이전 후보지로 '경북 군위군 우보면'과 '의성군 비안면', '군위군 소보면'이 선정된 이후 협의가 지속되고 있다.
국방부로부터 조만간 후보지가 압축 되면 이전지 지원계획 수립, 이전부지 선정계획 수립·공고, 주민투표 등을 거쳐 사업추진이 확정된다. 이에 대구시는 물밑작업으로 분주하다.
2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수원은 군공항 이전 기준 등을 담은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기준으로 3단계 '예비이전후보지 발표'에 왔다. 광주는 '이전건의서 평가 및 승인'이라는 바로 전 단계이고, 대구는 5단계인 '이전후보지 선정심의' 절차에 도달했다.

지자체들은 각자 놓인 상황을 감정표현에 빗대면 광주는 '희망', 대구는 '기쁨', 그리고 주민 갈등이 심각한 수원의 경우 '절망' 수준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광주와 대구는 '민항통합이전'을 제시한 뒤로 해결무드가 조성되는 반면 수원지역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의 군공항 이전 사업이 지역마다 일관되지 못하고 '따로' 노는 것이다. 이는 소음으로 인해 주민이 고통 받고 있는 건 모두 같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대목이다. 어느 방향이든 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역 차별' 논란도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전을 결정하고 총괄하는 정부기관에서 마저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지자체 간 관계에 끼어들 수 없다는 입장만 거듭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수원 군공항 이전은 현재까지 찬성과 반대의견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참여가 매우 중요한 만큼 소통, 협의를 통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 후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이전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고민하고, 혜택 등을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다.최정철 인하대학교 융합기술경영학부 교수는 "수원 군공항은 문제가 많으나 주민들에게 피해시설로 낙인이 찍힌 만큼, 충분한 설명과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며 "대구와 광주 사례와 같은 민항 통합개발을 비롯한 여러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