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답다고 한다. 오죽 했으면, 한 우주인은 지구를 바라보고 신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했을까? 그러나 그토록 매력적인 지구의 속사정은 아름다움을 즐길 정도로 여유롭지 못하다. 수천명의 민간인이 한순간에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무자비한 테러에 보복전쟁이 얽혀 생화학전이 발생하고, 핵사용 마저 점쳐지고 있다. 이유와 명분이야 있지만 사람이 죽고, 오랜 생활근거가 파괴되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국내사정도 매우 심각하다. 수출부진이 계속되면서 신규로 채용되는 수효보다 실직하는 사람의 숫자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게다가 세계은행은 올해 우리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4.5%에서 2.4%로 낮추어 전망하였다.
 말이 하향조정이지 급격한 경기침체를 경고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는 성장률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그나마 위안거리이다. 일본 총리가 와도 국론이 난마처럼 얽혀 마음대로 요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풍년이 들어도 근심이요, 남는 쌀을 북녘 동포에게 주려고 해도 문제다. 꽁치 값이 내년부터 크게 오를 기미를 보이자 이를 사재기하려는 얌체들도 있어 더욱 우울하게 한다.
 잇달아 나타나는 일련의 사회현상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정선카지노는 여전히 호황이고, 복권은 이름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종류와 다양성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경마와 경륜 인구가 불황기에 오히려 증가하는 등 한탕주의는 극에 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엽기""에 대한 이상열풍은 도를 지나쳐 엽기가 아닌 일반적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엽기""라는 화두에 매달려 중독되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와 같이 제목에 그 단어를 사용하는 영화가 인기몰이를 하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우리 영화계가 할리우드의 공세에 맞서 국내시장을 잘 지킨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폭력찬가에 다름 아니다.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 `친구""는 이름과 달리 조직폭력 이야기이고, 절찬 상영중인 `조폭마누라""는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다. 어떤 영화감독은 자기영화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그냥 웃고 즐기고 잊으란다. 영화가 신종 마약으로 둔갑한 셈이다. 조사에 의하면, 인터넷 검색어 중 조폭, 엽기 등이 상위에 올랐다고 한다. 최근에는 미국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마저 엽기코드에 편승해 교묘하게 미화되는 지경이니 할 말을 잃게 한다.
 이처럼 선정주의가 판을 치고, 상업주의가 노골화하는 것은 왜 일까? `비정상""이 `정상""으로 대접받고, 폭력이 일반화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까? 그 실마리를 기본이 파괴되고, 정상이 왜곡되는 현실에서 찾을 수 있다. 모든 문제는 기본에 충실하고, 중요한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때 해결될 수 있다. 최근의 경제침체도 가정, 기업, 정부 모두 거품을 줄이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한다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소중한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고 하지 않았던가. 특히, 가정은 소비자이자 납세자로서 합리적인 경제행위를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정부가 비정상적인 조류에 편승하지 않고, 정상적인 본연의 활동에 주력하게 된다. 학연, 지연보다는 효율성과 공평성에 근거한 합리적 선택이 이 사회의 황금률로 자리잡게 되는 시발점이 가정이다.
 엽기와 폭력 등 비정상이 판치는 난세는 정상적 가정에 의해 극복이 가능하다. 하루에 한 번 가족끼리 `사랑해""라고 말하고, 서로 안아줄 수는 있는 가정이 더 많아져야 한다. 나 하나, 내 가정의 변화가 전체를 바꿀 수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하지 않았던가. 지금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고, 소중한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