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 수원팔경
 이제까지 수원의 산천을 두루 살펴보았다. 산 이름의 유래에서 설화와 역사를 함께 보았고, 하천의 흐름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어떠한 설화가 숨쉬고 있는지도 알아보았다.
 산천에 담긴 설화와 역사는 바로 수원의 역사이며 우리 고장이 어떠한 자연환경에서 삶을 일구며 살아왔으며 살아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한 근거요 정신의 토양이라 할 수 있다.
 어느 고장에도 아름다운 풍광은 있고 또한 많은 시인묵객의 발길을 이끌었다. 그래서인지 이름난 승지(勝地)를 배경으로 하는 많은 예술작품과 일화와 설화가 전한다.
 그런데 이는 자연자체의 아름다움이 주가 된다면 우리 고장의 팔경은 정조임금과 화성유수였던 박기수, 최치원, 학사공이고 등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인공을 가하여 더욱 그 아름다움이 드러나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 아름다움이다.
 한 예로 정조 20년 승정원 좌승지 겸 경연 참찬관, 춘추관 수찬관인 이서구(李書九)는 정조의 명을 받든 방화수류정상량문에서 `한 지방의 가려(佳麗)함을 독차지하고 있으면서 만세의 승평을 즐거이 누리겠구나""라고 찬하고 있다.
 그러니 오늘날에도 화성의 백미로 방화수류정이 꼽히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수원의 아름다움이 팔경을 통하여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겠으나 수원의 팔경은 다음과 같다.
 1. 광교적설(光敎積雪)
 수원의 주산인 광교산에 백설이 쌓인 모습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2. 북지상련(北池賞蓮)
 만석공원이 들어선 만석거(萬石渠)에 흰색과 붉은색의 연꽃이 만발했을 때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만석거의 진목정(眞木亭)에서 새로 유수(留守)가 부임해 올 때 거북모양의 관인을 서로 맞추어 인수인계를 했다하여 진목정을 교구정(交龜亭)이라고도 한다.
 3. 화홍관창(花虹觀漲)
 화홍문의 일곱 수문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물안개를 일으키며 햇살에 무지개 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움을 말한다.
 4. 용지대월(龍池待月)
 방화수류정 아래의 연못에 방화수류정의 그림자와 함께 비치는 달의 모습을 말하기도, 달의 모습을 바라보는 정취를 말하기도 한다.
 5. 남제장류(南堤長柳)
 화홍문에서 수원천을 따라 긴 제방에 끝도 없이 늘어선 버드나무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6. 팔달청풍(八達晴風)
 팔달산의 솔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말하며, 특히 저녁 무렵 노을에 물든 모습이 아름답다하여 팔달모운(八達暮雲)이라고도 한다.
 7. 서호낙조(西湖落照)
 서호의 본디 이름은 축만제다. 낙조와 여기산의 산그림자, 장송이 늘어진 가지가 서호의 수면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어우러진 모습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서호의 아름다움을 더 하기 위해 화성유수 박기수가 항미정을 지었다고 한다.
 8. 화산두견(花山杜鵑)
 정조와 사도세자가 영면하고 있는 곳이 화산으로 봄철 진달래꽃이 만발한 모습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이렇듯 수원팔경의 아름다움은 화성과 어우러진 자연의 풍광을 더욱 돋보이고자 했던 선인들의 심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