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물류 인천경기를 통하다 ④]
▲ 대형 컨테이너선이 인천신항에 접안한 모습./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 평택항 전경./사진제공=평택항만공사

두 항만 중국 인접·수도권 배후지로
국내 무역서 차지하는 역할 '급성장'
2013년 수출 17.6%·수입 25% 담당
처리 품목 겹쳐 협력보단 경합 양상
대중국 물동량 확보전 '출혈경쟁'도
해운시장 인접 항만 통합 흐름 역행
"4단계 협력 거쳐 연합항만 구성해야"


세계 해운시장에 '콜라보레이션(협업) 바람'이 불고 있다. 선사 또는 터미널 운영사들이 한정된 물동량을 두고 동종 업체와 출혈 경쟁하는 것을 지양하고, 서로의 장점을 융합해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해외 항만들 사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통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 뉴욕·뉴저지항과 일본 게이힌항(도쿄·요코하마·가와사키항)이 대표적 사례다.

항만 간 거리가 70여㎞에 불과한 인천항과 평택·당진항(평택항)도 '상생'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두 항만은 서해권 항만으로서 수도권을 배후에 두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서도, 서로의 밥그릇을 빼앗는 경쟁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 이제는 이들 항만이 상생·협력 관계를 구축해 환황해권 중심의 거점 항만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쟁 관계에 놓인 서해 항만
인천항은 우리나라 근대화와 함께 구한말(1883년) 개항한 수도권 대표 무역항이다. 평택항은 인천항보다 100여년 늦게 개항한 경기도 유일의 국제 무역항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경기본부와 임현우 인하대 교수가 공동 연구한 '인천항과 평택항의 전략적 연계 및 상생 발전 방안(2014년)'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1991년 당시 두 항만이 국내 전체 항만 수출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 수입 비중은 14.4%에 불과했다.

이들 항만이 전체 항만 수출 실적의 10% 이상을 처음 달성한 시점은 1996년이다.

이런 성장은 지속됐고 2005년 15%를 돌파한 뒤 2013년엔 전체 항만 수출의 17.6%를 기록했다. 특히 이들 항만은 수출보다 수입 분야에서 더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00년 국내 수입 규모의 15%를 처음으로 돌파한 이래 2009년에는 20% 이상을 차지하게 됐고, 2013년엔 국내 항만 수입의 4분의 1 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인천항·평택항이 우리나라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컨테이너 물동량 실적에서도 이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인천항은 역대 최대 컨테이너 물동량인 304만TEU(1TEU는 길이 6m짜리 컨테이너 1대)를 기록하며 부산항에 이은 국내 2위 컨테이너항만이란 강세를 이어갔다.

평택항도 중국의 사드 보복이란 악재 속에서도 베트남과 홍콩 등 동남아 신규 항로 개설에 힘입어 사상 최대 규모인 64만TEU를 달성했다.

이런 성장세 속에 인천항·평택항은 지금까지 경쟁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입 품목만 봐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 5년(2008~2013년) 간 두 항만 간 경쟁이 두드러졌던 수출 품목은 광학·정밀기기 제품이었다.

전통적으로 광학·정밀기기 제품은 평택항보다 인천항의 수출 기여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최근에 해당 품목의 수출 증감이 정반대 방향으로 돌아서면서 광학·정밀기기 품목에 대한 두 항만의 수출 경쟁은 더욱 커지게 됐다.

주요 수입 품목에선 기계류와 곡물 제품이 경합하는 양상을 보였다.

기계류의 경우 과거엔 인천항에서 처리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았으나 최근 평택항의 수입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인천항의 지위를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곡물은 두 항만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품목으로 2010년 이전까지는 인천항의 수입 기여율이 평택항보다 크게 높았으나 2011년 이후 수입 기여율은 평택항이 인천항을 압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호 보완적 성격을 지닌 품목도 있다. 수출 품목인 자동차는 2010년 이후 평택항의 수출 기여율이 인천항을 꾸준히 앞서다가 최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입 품목 중 석유제품과 전기·전자, 제철·철강 품목은 상호 보완적 측면에서 두 항만이 우리나라 해당 품목 수입에 상당 부분 함께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만 간 통합은 선택 아닌 필수
인천항과 평택항은 중국과 지근거리에 있으며 국내 최대 소비시장인 수도권을 배후지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두 항만이 동북아 해상 운송시장 확보와 수도권 육상 운송비용 절감 차원에서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두 항만은 현재까지 실질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심지어 대중국 물동량을 확보하기 위해 출혈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항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접 항만 간 통합이 이뤄지는 세계 해운시장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의 경우 컨테이너항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오래전 '슈퍼 중추 항만' 정책을 펼쳤다.

도쿄항과 요코하마항, 가와사키항 등이 '게이힌항'으로 통합됐고, 오사카항과 고베항은 '한신항'으로 합쳐졌다.

미국에서도 뉴욕·뉴저지항이 지자체 간 협의를 통해 통합항만공사를 설립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인천항과 평택항의 전략적 연계 및 상생 발전 방안 연구에선 인천항·평택항을 대상으로 총 4단계의 협력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1단계는 두 항만이 친목 도모 수준의 정보·문화를 교유하는 것이다. 자매항 결연, 인적 교류 확대, 상대 항만 강점 벤치마킹 등을 꼽을 수 있다.

2단계는 공동 문제 해결을 위한 단기 협약 또는 계약을 통한 협력 관계 구축으로서 특정 화물과 크루즈 고객 유치를 위한 공동 마케팅·홍보 활동과 항만 기술 이전·교육, 종합 물류 정보 시스템 구축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3단계는 항만 인프라 공유·공동 운영으로 항만 배후 연계 수송망 구축, 항만 운영·관리에 대한 지분 참여, 공동 투자, 터미널 자원 공유, 정부 재정 유치 등을 거론할 수 있다.

4단계는 항만 거버넌스 구조 개혁으로 서해안연합항만 구성(항만공사 완전 통합) 또는 항만 부문별 공동관리조합 설립(항만 부분 통합)을 제시하고 있다.

임현우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이론적으론 인천항과 평택항이 점진적 협력을 거쳐 항만 거버넌스 통합 방식으로 연합항만을 구성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완전한 항만 관리 주체 통합엔 현실적 제약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두 항만에서 공동 운영을 통해 상승효과를 볼 수 있는 몇 가지 분야를 발굴한 뒤, 별도의 통합기구나 공동관리조합을 꾸려 특정 부두시설을 공동 운영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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