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남북문제 영향 '선거 관심 밖'
유권자 "공보물 봐도 애매" "기초의원 더 심각"
전문가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비율 높아질 듯"
#1.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김미숙(가명, 주부)씨는 6·13 지방선거 공보물을 받아보고 답답함을 느꼈다. 5명의 경기도지사 후보 중 3명은 전혀 모르고, 5명의 경기도교육감 후보들은 공약이 비슷해 후보들의 교육철학을 알기도 어렵고 정당도 없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될지 고민이다. 광역·기초의원은 더 심하다. 후보자 자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김씨는 "공보물을 봐도 선거 후보자를 모르기 때문에 선택이 어렵다"며 "이번에도 옷색깔이나 기호를 보고 찍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2. 수원시 영통구 이정미(가명, 회사원)씨도 어떤 후보를 선택할 지 고민이다. 매번 후보들은 지역현안을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이나 계획 등은 빠져 있어 선거공보물만 보고 찍기도 애매하다. 지역민들과 가장 가까운 기초의원들의 경우는 토론회도 없어 더욱 결정하기도 어렵다. 이씨는 "공중파에서 도지사 후보의 토론을 보여줘 우리들이 판단을 할 수 있지만 기초의원들의 경우 토론회 조차 없다"며 "기초단체장 등은 지역 케이블방송에서 토론회를 녹화방송을 보여주는데 과연 이를 챙겨볼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6·13 지방선거 분위기가 좀처럼 무르익지 않고 있어 이번 선거도 '묻지마 투표'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찌감치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의 영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전락해 유권자들의 흥미가 떨어진데다 최근 '남북문제'가 지방선거의 이슈를 모조리 삼키면서 선거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6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견제에도 도내 대부분 지역에서 우세가 예상되자 유권자들이 '선거는 끝났다'고 인식해 지방선거의 관심이 사라지고 있다.

여당 후보들은 정책 대결을 회피하는 등 몸을 사리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따라 각종 여론조사도 움직이고 있어 정책보다는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조용한 선거판을 흔들지 않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반면 야당 후보들은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각종 의혹 제기와 폭로 등 네거티브 전략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선거 열기가 좀처럼 뜨거워 지지 않고 있다. 4·27판문점선언에 이은 6·12북미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에 밀려 지역 이슈가 사라진 점도 크다.

지역의 한 선거 캠프 관계자는 "선거 시작 전부터 판세를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유권자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보통 유세를 하면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각 후보의 지지도 여론조사조차 선거판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후보들은 상대 후보와 격차, 지역별 민심을 알고자 비공식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하지만 당 지지율 격차가 심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각당 선거 캠프들은 예년보다 선거사무원을 대폭 줄이는 등 절약형 선거에 나서고 있다.

최소 10%이상(보전률 50%·15% 이상 득표시 보전률 100%) 득표를 하지 못하면 선거비용 보전을 받을 수 없어 낮은 지지도를 가진 후보나 소수정당의 경우 더욱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운동 의지조차 식어버리면서 지방선거는 더욱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

조석주 공공자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부 유권자는 지역별 상황에 따라 정당의 기호만 보고 투표하는 이른바 '묻지마 투표' 성향이 있다"면서도 "수도권의 경우 묻지마 투표 비율이 낮은 편인데 이번 선거에서는 판세가 기울었다는 인식과 보수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돼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남춘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