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입법 수도인 케이프타운을 처음 찾았던 것은 1982년도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독의 바덴 바덴에서 열렸던 올림픽총회에서 일본의 나고야를 꺾고 1988년 올림픽 개최권을 확보하는 데 남아공 체육지도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답례의 형식으로 케이프타운을 찾아갔다.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절묘한 곳에 자리를 잡은 케이프타운은 아프리카의 도시라기보다는 영국의 도시 같은 인상이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후 아프리카 사파리여행길에 들렀던 케이프타운은 많이 변해있었다. 만델라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나라의 주인이 바뀌고 대표적인 백인도시였던 케이프타운에도 흑인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히는 테이블 마운틴을 위시하여 아프리카 펭귄을 볼 수 있는 볼더스 비치, 그리고 6만여 마리의 물개들이 서식하는 물개섬이 있지만 만델라 대통령이 27년간 투옥되었던 로벤섬도 인상적이었다.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의 유럽인들이 만든 관광자원도 풍부한 케이프타운에 금년 들어 비상사태가 발동되었다. 3년 계속된 가뭄으로 6개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시 당국은 4월 말까지 1인당 수돗물 사용량을 50ℓ로 제한하는 데이 제로(Day Zero)를 선포하고 그 이후에는 수돗물 공급이 단절될 수밖에 없다고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대도시에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데이 제로 선포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매스컴에 잘 보도되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언론이 케이프타운의 물 기근사태와 데이 제로 선포를 소상하게 보도하는 것은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라 지속적인 가뭄현상이 어느 지역 어떤 도시에 닥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물의 소중함을 깨닫고 수자원을 아끼고 절약하면서 빗물에만 의존하던 케이프타운의 400만 시민들이 합심해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중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수도권 2000만명 이상의 생활용수와 공단에 산업용수를 공급하는 한강은 생각하면 할수록 기적 같은 위대한 강이다. 오늘날 서울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대부분은 한강물이 넓게 넘실거리며 흐르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한강하구를 막아 호수처럼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국제기구에서는 우리나라도 앞으로 물 부족 현상이 닥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케이프타운의 사태가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