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섭 시흥담당 부국장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가 두부 사온다.'
앞서 언급한 세 개의 문장은 말의 중요성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의 힘을 지닌 의미를 표현한 속담이다. 말은 곧 글이기도 하다.
요즈음 시흥시 지역사회와 일부 공직자, 그리고 지역 정치인들 사이에서 지난달 23일 발표한 사무관 승진의결을 놓고 '막말'이 난무하고 있어 논란을 빚는다.
말과 글은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구하고,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자 매개체이다. 말 또는 글은 구사(驅使)하는 사람의 인격과 수준을 반영하기도 하고, 쓰는 당사자의 사회적 상호성을 존중하는지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시흥시는 지난달 23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행정직렬 등 6명의 사무관 승진 의결 결과를 공표했다. 공직사회는 인사결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고 전공노 시흥시지부 홈 페이지 게시판에도 갑론을박이 잇따랐다. 전공노 시흥시지부는 "인사가 잘못됐다"며 '의결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도 발표했다.

문제의 막말 소동은 노조의 성명서 발표 직후 발생했다. 인사에 불만이 있는 한 공직자가 노조의 성명서와 게시판에 올라온 비난성 글을 캡처해 자신의 사회관계망(SNS)에 올리면서부터다. 해당 공직자와 SNS를 공유하는 시흥시의회 부의장이 댓글을 달았고 이 공직자가 다시 부의장 댓글에 재 댓글을 달았다.
부의장은 댓글에서 '(공직자의 지적에) 동감한다. 의원이기 전에 시민으로서 정말 구역질이 난다. 어떻게 해야 이 X식을 XX낼 수 있을까'라고 게시했다. 부의장 댓글에 관련 공직자는 '구역질 납니다.(…)시의회에서도 함께해 주세요'라고 다시 답글을 달았다.

전공노 시흥시지부의 인사결과 논평은 공직자를 대변해야 하는 기구로 당연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사권과 상관 없는 현 시의원이 일부 공직자의 인사불만에 같은 선출직인 시장에게 막말 수준의 글을 SNS에 쓴 것은 말의 가치를 내팽개친 저급한 행동이라는 것이 지역사회의 중론이다.
이기주 작가는 그의 저서 '언어의 온도' 서문에서 "말과 글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 말하는 사람은 시원할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정서적 화상을 입을 수 있다"며 말과 글의 품위와 배려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