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2015년 개봉한 <인턴>에서 76세의 로버트 드 니로는 '70세의 인턴 벤' 역을 가감 없이 소화했다. 직장생활의 노하우와 풍부한 인생의 경험을 풀어내 30세 CEO 줄스(앤 해서웨이)의 훌륭한 멘토로 등장한다. DJ의 '영원한 비서실장' 권노갑 민주평화당 고문이 2013년 83세로 한국외대 역사상 최고령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현재 구순을 앞둔 89세이지만 동국대 영문학 박사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 <나는 걷는다>의 작가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은퇴하던 61세에 실크로드 1만2000km를 홀로 걸었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3년에 걸쳐 이스탄불에서 시안까지 세계 최초의 도보여행에 성공했다. 75세에는 리옹에서 이스탄불까지 3000㎞를 마저 걸었다. 그는 '은퇴란 멋진 것이다. 인생에서 완전한 자유를 갖게 되는 특별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2013년 103세로 타계한 여성시인 시바타 도요는 92세에 시를 쓰기 시작했다. 98세에 출간한 시집 <약해지지 마>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녀는 '왕성한 호기심'이 장수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꽃보다 할배'로 통하는 이순재 씨는 황혼의 사랑을 그린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강만석으로 나와 뭇 중·장년 여성들의 로망이 됐다. <서편제> <취화선> 등을 제작한 임권택 영화감독, <쇼생크 탈출> <버킷리스트>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모건 프리먼 등은 나란히 35년생, 36년생, 37년생으로 팔순을 훌쩍 넘겼다. 나이의 장벽을 뛰어넘은 왕성한 현역들이다. 90세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미켈란젤로는 <론다니니의 피에타> 제작에 매달렸다. 75세에 입문해 100세를 넘겨 활동한 미국의 국민화가 안나 모지스는 '인생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험과 지혜로 가득한 노년은 도전하기에 충분한 시기이다. 시인 헨리 롱펠로도 '노년은 청춘에 못지않게 좋은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젊음이 늙음의 우위에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난, 두려움, 외로움, 지루함으로 예상하는 노년기 인식을 벗고 자유, 만족, 행복, 기회의 '조용한 혁명'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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