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호흡 척척 '이가네'
인천서 나고자란 '父子치과'에
석사과정 마친 딸 근아씨 합류
"아빠 실력·사회적 활동 존경"
이 원장 "선의의 경쟁 펼치자"



한 가정에서 의료인 한 명이 나오기도 힘든데 한 가족 4명의 의료인이 함께 일하는 치과병원이 있다. 아버지와 딸은 치과의사, 아들 둘은 치위생사, 치기공사로 각각 일하는 가족치과. '이규원치과'(인천시 중구 우련로 72번길 3) 이규원 원장의 집안 얘기다.

이규원 원장의 딸 근아(28)씨는 지난 주 서울대학교 치의학과 석사를 졸업하며 이번 주 부터 아버지가 세운 치과에 '치과의사'로 합류했다. 앞서 장남 근표(31)씨는 지난 2012년부터 아버지 치과에서 치위생사로 일해왔고, 막내 승표(25)씨는 대학에서 치기공사 공부 중이며 방학을 맞아 '알바'로 일하고 있으나 내년에 졸업하자마자 정식으로 가족과 함께 할 생각이다. 이규원치과는 2대 4명의 가족이 함께 일하는 '가족치과'로 어느 다른 가족보다도 화사한 '2018년의 봄'을 준비 중이다.

"아빠(이규원)와 함께 일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아빠가 해오신 것처럼 우선 환자들 잘 치료해주고 나아가 사회봉사활동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근아씨는 "어렸을 때부터 치과의사인 아버지를 보며 자라서인지 치과의사가 무작정 좋았다"며 "좋은 의사, 바른 인술을 펼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졸업소감을 대신했다.

"아빠는 늘 명랑하고 쾌활하게 사시는 분입니다. 그러면서도 지역사회 위해 열심히 애쓰시는 걸 보면 딸로서 때때로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아씨는 6·25학생참전기념관 운영, 우리 사회 어려운 곳에 1억원을 기부하는 아너소사이어티 활동, 장애인 무료진료 등 이규원원장의 사회 활동에 대해 존경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빠로부터 많이 배워서 실력 있는 치과의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근아씨는 어려서부터 미술과 뭘 만드는 것에 소질이 많았다. 이는 섬세한 치료를 위해 손을 잘 써야 하는 의사에게 장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치과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금도 틈틈이 그림을 그립니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 가거든요."

미술과 함께 근아씨의 취미 가운데 하나는 연극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예술적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와 함께 한 직장에서 근무한다면 혹시 불편하진 않을까. 이에 대한 장남 근표씨의 대답은 단호하다.

"가족은 서로의 성격과 기호를 잘 알고 있습니다. 호흡이 훨씬 잘 맞으니까 일의 능률이 오를 수밖에 없지요."

막내 승표씨는 한 술 더 뜬다. "24시간 가족과 함께 있는 셈입니다. 같이 일 하고 같이 밥 먹고 같은 집에서 잠 자고. 저는 막내로 귀여움을 독차지하니까 가족과 있는 시간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 3남매는 옥련초등학교, 인송중학교 동창이며 고등학교만 다른 곳을 나왔다. 물론 인천에서다. '잘 키운' 자식들과 함께 일하게 된 사실에 대해 이 원장은 무조건 감사하다고 했다.

이규원 원장은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하고 열심히 공부에서 다시 고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들도 없을 것"이라며 "저와 제 자식들이 모두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아들 둘이 함께 일했지만 분야가 조금씩 달랐고 같은 의사는 아니었는데 같은 직종의 의사가 들어오니까 긴장이 된다"며 "딸과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서로 좋은 점을 배워갈 수 있다는 사실도 기쁘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하루 200여명의 환자가 찾아오는 이규원치과는 이를 뽑거나 상하게 하지 않고 보존하는 보존치료를 가치로 삼고 있다. 사람들이 잔뜩 대기하고 있는 2층 대기실을 빠져 나오는데 벽에 빼곡한 감사패가 눈에 들어왔다.

/글 김진국 논설위원·사진 양진수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




이경종·이규원 부자 설립 '학생 6·25 참전관' 14주년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 오로지 이경종 부자의 노력으로 지어진 '인천학생 6·25 참전관'이 올해 설립 14주년을 맞는다.
이규원 원장은 지난 2004년 12월18일 인천 중구 신포시장의 한 건물 3층 80평을 임대해 참전관을 처음 열었다. 아버지가 1950년 6·25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인천에서 부산으로 내려간 '12월18일'을 기념하고자 설립일을 같은 날로 정했다.

이경종 옹은 전쟁에 참전하려고 16살 때인 1950년 12월18일 인천에서 부산까지 걸어 내려가 전쟁에 뛰어들었다 4년 뒤 돌아왔다. 이후 여러가지 사정으로 다시 학업에 복귀하지 못 한 채 생계전선에 뛰어들어 3형제를 키워냈다. 그 중 장남이 이규원 원장이다.

지금의 참전관은 치과를 이전하면서 새롭게 꾸민 것이다. 새단장을 하면서 규모는 150평으로 커졌고, 정식 박물관으로 등록됐다. 참전관에는 학생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추모의 벽'과 생존자들의 업적을 기리는 '추억의 벽', '기억의 벽' 등 3개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학도병의 살아 있는 역사' 이경종 옹은 참전관에 가는 것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그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자신처럼 어린 나이에 총을 잡아야 했던 사람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수십년 동안 소형녹음기와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며 전우들의 생사를 추적해 기록했다.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을 자비를 들여 한 셈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으며, 유력한 공중파 방송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5회가 방영됐다.

그런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 이 원장은 지난해 아버지 생신을 맞아 참전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대로변 건물 1층에 '인천학생·스승 6·25 참전역사 이경종 기록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김진국 논설위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