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연천 일대 가뭄 오염으로 인한 人災
가뭄·홍수대책 한탄강 댐으론 실효 못 거둬
洑 만들고 저수지 확장등 근본 정책 전환을

 건설교통부가 지난 6월12일 여의도에서 연 수자원정책 공청회의 주요 골자는 가뭄극복을 위해 한탄강댐과 군위댐 시범시공을 한다는 것이다.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한다는 입장이 절박하더라도 대안이 고작 댐건설밖에 없다면 이는 가뭄을 핑계로 기존에 계획됐다 여론의 반대에 밀려 추진되지 못했던 댐들을 다시 건설하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심하다는 생각뿐이다.
 언론 또한 마찬가지이다.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보도하며 시선 끌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그러나 한탄강에서 이번 가뭄을 온몸으로 이겨내온 우리는 한탄강에 댐이 없어서 가뭄이 심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또 연천·포천·동두천 등지를 계속 돌아보면서 가뭄의 원인과 극복대안을 생각해 보았다.
 실제 주민들의 살아있는 의견과 우리 전문가 집단이 내놓은 의견을 종합한 결과 한탄강 댐건설은 안된다는 것이다.
 ▲동두천의 경우
 가뭄으로 가장 먼저 식수난을 겪은 곳이다. 신천의 오염으로 수천마리의 잉어들이 죽고 난 뒤 곧이은 동두천의 급수중단은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다.
 일각에서는 급수중단 원인이 연천댐 철거 때문이라고 호도하고 언론은 이를 일방보도했다.
 하지만 연천댐이 있었다면 영평천의 물을 가두기 때문에 갈수기에는 급격히 수질이 악화돼 자연정화 기능마저도 상실된다.
 시민들은 급수중단의 주원인을 신천오염에서 찾아야 한다. 동두천의 젖줄인 신천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어디에서 물을 구할 수 있단 말인가?
 동두천·양주 일대 염색·피혁공단에서 발생되는 이익과 신천오염으로 인한 손실과의 대차대조를 꼼꼼히 따져 물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자치단체들은 자신들의 문제는 외면한 채 언제나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이것이야말로 지역이기주의이다. 한탄강댐을 세우면 무조건 이익이 된다고 믿는 사고는 경계해야 한다.
 동두천은 신천과 한탄강이 만나는 하류에서 취수를 해야한다. 그래야 신천이 산다.
 ▲연천의 경우
 6월초의 은대리 벌판은 흙먼지만 풀썩이고 있다. 한탄강물이 이 벌판의 젖줄인데 그만 물을 쓸 수 없게 돼 모내기가 늦어지고 아직도 못 낸 논이 많다.
 고문리취수장을 대대적으로 건설한 뒤의 일이라 농민들의 분노는 더했다. 취수지점이 턱없이 높은 이유도 있지만 취수보를 만들어도 한탄강물의 절대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연천군의 상수원은 임진강에 있다. 수량이 풍부하고 오염원이 없어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탄강은 연천군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연천 군민은 동두천·포천·철원 등 한탄강 상류지역을 원망하는 것 이외에는 현재 아무 대책도 없다.
 댐건설 역시 더 큰 재앙의 원인이 되면 됐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연천댐의 교훈에서 뼈저리게 배웠다.
 연천군에는 백학과 삼화리를 제외하곤 농사용 저수지나 보가 거의 없다.
 포천과 철원이 한탄강에서 양수하는 양은 상수도와 농공업용을 합하면 엄청난 양이다.
 ▲포천의 경우
 포천은 고을마다 저수지와 보가 널려 있다. 고모리지, 우금지, 청계지, 산정호수, 냉정지, 중리지, 추동지, 심곡지와 그밖의 이름없는 보들, 지하관정들. 포천의 모내기가 많이 이루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크고 작은 벌판에는 모두 그 크기에 어울리는 저수지와 보가 있는 것이다.
 이번 가뭄에도 저수지가 있는 마을은 어김없이 모내기를 순조롭게 마쳤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가뭄의 피해가 극심했던 연천·동두천 지역은 한탄강의 양수만을 의지했기 때문이다.
 한탄강은 그 구조상 자연스럽게 물을 이용할 수 없다. 동력을 이용한 강제적인 양수방식이 전기공급으로 인해 일상화됐지만 이번 같은 기록적인 가뭄에는 한탄강물의 절대량이 부족하고 심각한 오염으로 인해 하류인 연천과 동두천의 고통은 당연한 귀결이다.
 건교부는 마치 한탄강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처럼 댐건설 여론 만들기에 급급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현실성이 있느냐는 문제를 치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치수는 치밀함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한탄강의 가뭄과 홍수대책
 한탄강지역은 유례없는 홍수와 가뭄을 경험하고 있다.
 이중에 절반은 환경오염 등에 따른 인재다.
 홍수와 가뭄은 동전의 양면이다.
 홍수예방은 곧 가뭄대책이기도 하다.
 앞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한탄강지역에 새로운 보를 만들고 기존 저수지들도 보수, 확장해 가뭄엔 용수공급을, 홍수엔 물저장용으로 써야 한다.
 특히 연천은 아미천이나 차탄천 상류에 좋은 입지가 있다. 이는 수자원공사나 건교부의 몫이 아니라 농업기반공사와 농림부, 지자체의 일이다.
 수자원공사는 치수에 관한 현대적 철학이 빈곤해서 인지 무조건 덩치 큰 대형 댐을 세우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
 1조원 가까운 국민 혈세를 홍수조절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비효율적인 댐건설에 사용하지 말고 1백억원 미만의 중·소규모 저수지를 만들면 얼마든지 가뭄과 홍수를 막을 수 있다.
 지자체들도 진정 치수의 경제성과 효율성, 환경친화적인 면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철우·한탄강살리기네트워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