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리에 걸친 갈대습지 … '철새들의 보금자리'
60여년 간 민통선 … 생물 다양성 잘 보존
인근 댐 건설로 생태환경 급격하게 변화
주민, 보전 앞장 … 2015년 시민 문화유산


"미래세대를 위해 이곳만은 꼭 지키자."
한국환경기자클럽과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최하고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2017년 제15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서 '남양주 수락산장' 등 8곳이 선정됐다.
남양주 수락산장을 비롯해 만경강 신천습지, 대전 월평공원, 부산 소막사, 인천 북성포구, 제주 금오름, 청주시청사, 해남 옥매광산 및 광물 창고 등이 보전이 시급한 곳으로 꼽혔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매년 시민공모전을 통해 보전가치가 높고 훼손될 위험이 있는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에 선정됐다는 것은 보존가치가 있는 반면 그만큼 훼손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그동안 경기지역에서는 모두 20곳이 선정됐다.
2000년 첫 시민공모전에서 시흥갯벌 자연습지가 은상을 받은데 이어 안산시 수인선 협궤변, 포천 한탄강 비둘기낭, 연천 재인폭포, 고양 북한산 백운산장 등이 보존대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두루미 서식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2005년 김포 홍도평야 두루미 서식처를 시작으로 2006년 임진강 두루미 서식지, 2014년 서부 DMZ 일원 두루미 서식지 등이 보전 대상으로 선정됐다. 2015년에는 '연천 일대 DMZ 갈대습지 및 두루미 대체서식지'가 수상했다.

▲두루미들의 천국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일대는 두루미들의 천국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 두루미 월동지는 60여 년 동안 민통선으로 묶여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없어 생물다양성이 비교적 잘 보존된 곳이다.
중면 삼곶리에서부터 필승교까지 장군여울 등 5곳의 여울이 있고, 특히 20리에 이르는 갈대습지가 자연적으로 형성돼 철새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여름 철새로는 황로와 백로, 왜가리, 검은댕기 해오라기, 꼬마도요 등이 찾고 있으며, 겨울철새로는 천연기념물 제201호 큰고니, 제202호 두루미, 203호 재두루미, 시베리아 흰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쇠재두루미, 검독수리, 흰꼬리수리, 황조롱이, 수달, 독수리 등이 월동하거나 서식하고 있다.
여기에 두루미 주요 먹이인 율무가 산에 풍부해 철원과 함께 두루미 서식지로 잘 알려졌다.

▲댐 건설로 서식지 파괴 시작
겨울철이면 각종 두루미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먹이가 줄어들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먹이주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지난 2015년 인근에 군남댐이 완공·운영에 들어가면서 환경이 급격하게 변해 버린 것이다.
그해 10월 두루미가 월동하는 시기에 법정 만수위(1330만t)보다 더 많은(1570만t) 담수를 하면서 이곳의 여울이 수몰되고 갈대습지도 사라지는 등 급격한 생태변화가 발생했다.
갈대습지나 여울에서 취식하거나 잠을 자던 재두루미 70여 개체가 이곳을 떠나버렸다. 이후에도 연천율무두루미서식지에는 두루미들이 찾지 않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댐 건설과정에서 수자원공사가 약속한 대체서식지 조성도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활발한 보전활동으로 되살아나
두루미가 찾아오지 않자 주민들이 직접 나섰다. 경기북부 4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탄강살리기운동본부가 중심이 돼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DMZ 일원에 나무심기와 두루미 먹이주기, 연천율무두루미길 생태지도 작성, 두루미 지킴이 활동 등을 펼치면서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두루미 모니터링을 통해 '연천율무두루미 보전을 위한 보고서'를 작성해 환경부와 한강유역환경청, 경기도 등에 배포하며 연천 율무두루미 보전활동을 알리기도 했다. 한국수자원공사 등과는 두루미 대체서식지를 운영·관리하도록 하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15년에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시민공모전에서 문화재청장상을 받았다.

/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