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 경제부 기자
인천항이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300만TEU 시대를 열었다. 국내에서 연 300만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항만은 부산항뿐이었다. 300만개의 컨테이너를 한 줄로 쭉 연결했을 때 그 길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24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2000명의 일자리가 생겨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가장 큰 의미는 인천항이 300만TEU를 달성함으로써 향후 수년 내 세계적 컨테이너항만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데 있다. 세계 20위권에 드는 말레이시아 '포트클랑항'과 태국 '람차방항', 스페인 '발렌시항' 등은 모두 300만TEU 달성을 발판으로 삼아 세계적 항만으로 도약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특히 이들 항만이 200만TEU에서 300만TEU로 올라서는 데 걸린 기간(3~4년)이 인천항 소요 기간(4년)과 유사하다는 게 흥미롭다. 인천항의 성장세가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인천항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튼실한 항만 배후권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항을 통한 수출입 물량의 배후 수요가 존재했기 때문에 2015년 인천신항이 부분 개장했음에도 물동량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때 인천항의 경쟁상대로 불리던 광양항은 올해 220만TEU를 간신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항에 이어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실적 2위 자리를 20년 동안 놓치지 않았던 전남권 항만이다. 그러나 2015년부터 인천항에 밀리기 시작했고, 이제는 인천항과의 물량 차이가 70만TEU 이상 벌어질 정도로 주저앉은 상태다. 광양항·부산항을 중점 육성하는 과거 정부의 '투 포트(tow-port) 정책'이란 큰 수혜를 입고서도 말이다. 정부의 차별적 행태 속에서도 300만TEU를 달성한 인천항이 새삼 대견하고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인천항은 더 큰 성장을 위해 달려가야 한다. 400만TEU를 넘어 1000만TEU 이상을 처리하는 세계적 항만으로 성장해야 한다. 문제는 인천항 스스로 절대 이뤄낼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알 속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올 때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도와준다는 뜻의 '줄탁동시'처럼 적극적이고 과감한 정부 지원이 요구된다. 인천항의 통항과 물류 흐름을 개선하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줘야 한다. 그것만이 인천항이 세계적 항만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인천항의 무역 기능을 더 확대하고 다양화할 수 있는 국가적 전략이 세워져야 할 시점이다. 인천항의 미래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