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혜 사회부 차장
15일 이른아침, 인천시와 시교육청, 시의회 운영진들이 밀실에 모였다.
곧이어 고등학교 무상급식이 전격 타결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내용을 살펴보니 군·구 몫은 그대로 두고 인천시와 교육청의 분담률을 둘 다 높인 것이었다. 인천시가 당초 내겠다는 213억원에서 85억원 늘렸으며 교육청 몫은 146억원에서 304억원으로 158억원 증가했다.
두 기관 모두 분담률을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조정액은 교육청이 훨씬 많다.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교육부 지원금을 빼더라도 교육청 액수는 188억원이나 된다.
재원 규모가 교육청과 비교도 되지 않게 많은 인천시가 스스로 추진 계획을 발표한 정책에 교육청측에 이렇게나 많은 부담을 지우다니 '불평등 조약'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 전격 타결 과정이 조금 이상하다.
박융수 인천시교육청 교육감 대행은 인천시의회가 예결위원회를 통해 고교 무상급식비 예산을 신규 편성하고 추진을 강제했을 때부터 줄곧 반발했다. 13일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시의회와 시를 강하게 비난했다. 박 대행이 문제삼은 건 총 730억원의 분담액이라기보다는 절차적 하자였다. 중기재정계획을 세워 급식 책임기관이 차근차근 추진해야 할 무상급식을 시의회가 날치기 추진한다는 게 골자였다.
인천시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선거용으로 내놓은 정책에 인천시의회가 집행부의 예산편성권한까지 빼앗아 가며 동조했다는 것이다.
예산과 관련해서는 교육청이 댈 수 있는 마지노선이 8(인천시) 대 2(교육청) 라고 강조했다. 굳이 자신이 공부했던 미국의 경우까지 들어 열악한 한국의 교육정책 수준을 지적하며 끝까지 고교 무상급식 추진을 저지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교육청이 하루아침에 입장이 달라졌는가. 그토록 주장하던 8대 2가 무산된 건 말할 것도 없고 인건비·경직성예산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을 급식비에 쏟아붓게 생겼는데 말이다. 교육청은 급식비를 세우는 대신 막판에 교직원 인건비를 줄였다.
며칠 전만 해도 고교 무상급식 논의가 얼마나 폭력·일방적으로 인천시와 의회에 의해 진행됐는지, 예산은 얼마나 불평등한지 등의 근거 자료를 보내며 의지를 불태우던 시교육청이 15일 불평등조약을 맺고 난 다음엔 한마디 입장 표명도 없다.
정치인도 아닌 박 대행이, '고교는 의무교육이 아니라서 밥까지 의무로 먹여줄 필요는 없다'던 박 대행이, 교육예산 들여 유정복 시장의 선거운동을 도와주려는 드라마틱한 정치행보를 선택했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시민들이 납득할만한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