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
"인화회 회원인 걸 영광으로 알아, 이것들아." 한때 유행했던 코미디 프로그램 대사를 패러디(parody)한 글이다. 우리는 그 의미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기 때문에 공감한다.
'그들만의 리그'인 인화회(仁和會) 가입을 두고 무슨 벼슬이라도 한듯 여기는 이들이 있다. 인화회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들어가기를 원할까. '인천의 화합'을 다진다는 명분으로 생겨난 인화회. 그 탄생 배경에는 '독재'가 똬리를 틀고 있다. 인화회는 1966년 군부독재정권에서 시작해 무려 50년 넘게 이어지는 사(私)모임이다. 그 시절에는 서슬 퍼렇던 권력의 눈치를 봐야만 했다.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인화회 가입이 강제적으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까라면 까는' 시대였다. 그래도 지역에서 행세깨나 하는 이들이 들어갔다. 무슨 무슨 지역의 장(長), 유력 기업인, 언론사 대표 등이 참여를 했다. 여기에 들지 못한 사람 중에는 어떻게든 가입을 하려고 안달을 내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나 지금은 민주주의 시대다. 지극히 평범한 '보통사람'일지라도 제도·정책·체제 등을 놓고 갑론을박 논쟁을 벌이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현재 인화회 속내는 멀쩡할까. 개혁과 변화의 시대에 걸맞은 모습은 결코 아니다. 모든 일을 맑게 처리·해결하는 요즘, 비밀스럽고 부정적인 조직으로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까닭은 무엇인가. 우선 그 조직에선 '인천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대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임에선 자기 지역 현안이나 발전 방향 등을 논의한 후 대내외에 밝히는 게 상례처럼 돼 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인화회에선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떤 일은 꺼리기까지 한다. 무슨 비밀을 간직하고 있어선지, 아니면 대외에 나설 엄두를 못 내서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러니 일각에선 빈둥빈둥 시간과 비용을 들여 모임을 유지할 바엔 해체하라고 혹평을 한다.

결국 인화회는 끼리끼리 화합을 다지고 은밀하게 움직인다는 비판을 곳곳에서 듣는다. 본보에 인화회 관련 시리즈가 나간 후 "속 시원하게 잘 썼다, 후련하다"는 반응이 이어짐을 보면서 '잘못된 모임'에 대한 질책이 거세짐을 느낀다. 일반 시민들은 고사하고, 인화회에 들어가지 못한 '오피니언 리더' 층이야 오죽 하겠는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소외감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을 터이다. 사적인 모임이야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겠는가. 사회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이상 무슨 상관일까 싶다. 문제는 인화회가 공적(公的)이라는 데 있다. 모임 관리를 인천시 공무원들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인화회에 대한 온갖 잡무를 맡는다. 공무원은 법과 조례에 따라 일을 해야 마땅하지만, 그 어디에도 공무원이 인화회를 맡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시민 혈세가 새는 꼴이다. 아무리 인화회 수장이 인천시장이라고 해도, 모임에 공무원을 동원하는 일은 어불성설이다.

인화회는 회원수 220명에 달하는 인천 최대 '사회지도층' 모임이다. 1~12개 조로 나눠 별도로 움직이고, 정례회에서 모두 모이기도 한다. 회원들은 월 회비를 내며, 인화회 외에 모였을 때엔 따로 돈을 걷기도 한다. 인화회는 기관·단체·기업체 간 친목도모, 여론수렴, 정책대안 제시, 사회봉사활동 등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힌다. 그런데 말이다. 모임 중에는 기업인이 102명(46.4%)으로 가장 많다. 다른 지역에 비해 아주 기형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자칫 기업인과 공공기관장 사이에 부적절한 청탁이 오갈 수 있는 여지를 다분히 갖는다. 과거에는 인맥을 쌓아 사업에 도움을 받으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같은 집단끼리 서로 챙겼다.

우리는 육사 출신 장교들이 만든 비공식 사조직 '하나회'를 기억한다. 하나회를 중심으로 군 장성들은 정권을 잡았다. 그러다가 김영삼 대통령 취임 후 1993년 4월 정부가 군 개혁에 착수해 하나회에 대한 대대적인 숙군 작업을 진행했다. 이로써 하나회는 공식적으로 해체됐고, 1995년엔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을 통해 12·12와 5·18 사건 재판을 열어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핵심 인물들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상황이 다르긴 해도, 인화회도 이렇게 가다간 해체 수순을 밟지 말란 법이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인화회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싹 다 바꾸겠다는 목표로 모임을 꾸려나가야 한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인천의 발전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