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교육 허술·일부 영리위주...보육교사 열악한 처우도 한몫

"어린이집은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지 않아요"

갑자기 추워진 지난 6일부터 매일 오전 8시면 인천시 중구 영종도에 사는 한 엄마들은 두꺼운 옷가지로 무장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거리로 나오고 있다. 최근 영종도의 한 가정 어린이집에서 두 살배기 아동을 학대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영종지역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엄마들이 "우리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위는 매일 낮 12시까지 30분 간격으로 하루 10여명의 엄마들이 1인시위를 이어간다. 시위는 11일 오전에도 계속됐다.

이른바 '초보 시위꾼'인 엄마들이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1월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김치를 안 먹겠다"는 4세 아이를 때려 SNS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 때도 집회에 서투른 엄마들은 모여 "아동학대 노(NO)",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무조건 어른들의 잘못입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인천의 어린이집들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그래서 엄마들이 추위 속에 다시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인천의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를 당하거나 학대가 의심된다는 학부모들의 신고가 인천중부경찰서 등에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3년 전 송도 어린이집 아동 학대 파문 이후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등 아동학대 방지 대책이 쏟아졌지만 구멍은 여전했다. 엄마들은 "달라진 건 크게 없다"고 말한다. ▶관련기사 19면

관련 통계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보건복지부 평가 인증이 취소된 어린이집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전북 전주시갑)이 한국보육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에서 인증이 취소된 어린이집은 2013년 3곳, 2015년 4곳에서 2016년에는 5곳으로 늘었다. 올해 7월까지 어린이집 1곳이 관련 인증이 취소됐다.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은 아동학대 예방 교육이 허술하고, 보육교사 자격증도 취득하기 쉽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어린이집을 지도·점검해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인력 등의 한계에 부딪쳐 꼼꼼하게 점검하기 쉽지 않은 점도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가 일어나는 데 한 몫했다.

인천지역 어린이집의 한 관계자는 "영리위주의 운영을 하는 일부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서 아동 학대 또는 유사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교사들의 열악한 처우 또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정회진,김신영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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