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수 경기본사 정경부 차장
지난해 11월22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선도 탈당. 올해 1월 24일 바른정당 창당. 5월1일 대선 직전 1차 집단탈당. 11월6일 2차 집단탈당. 바른정당 19대 대선 경선후보였던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의석수 부족으로 국회는 물론 경기도의회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남 지사와 바른정당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새로운 보수개혁 신당의 기치를 내걸고 선도 탈당까지 하며 '큰 그림'을 위해 달려왔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초라할 뿐이다.

바른정당 창당 초기 33명이었던 국회 의석수는 11석으로, 경기도의회 도의원도 10명에서 4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남 지사로서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다. 그렇다면 남 지사는 어떤 승부수를 던져야 할까? 그에 대한 답은 이미 남 지사가 갖고 있다. 남 지사는 이미 올해 2월26일 바른정당 위기에 대한 승부수를 던졌고, 그 대안까지 제시했었다. 남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사즉생'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바른정당의 '좌표'까지 제시했다. "바른정당이 창당 한 달을 맞았다. 출범 직후 20%에 육박하던 지지율은 5~6%까지 곤두박질쳤다. 낮은 지지율보다 더 큰 걱정은 당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이다." 이어 남 지사는 바른정당이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는 원인도 솔직하게 고백했다.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국정농단사태에 따른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라고만 탓하기에는 우리 스스로 잘못이 크다. 지금 바른정당은 '좌표'를 잃었다. 우리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듯하다." "무엇보다 국민 앞에 한 약속을 너무도 쉽게 뒤집고 있다. 왜 이리됐는지 설명도 없다. 그러다 보니 국민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남 지사는 글 말미에 "바른정당은 지금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살아나는 유일한 길은 사즉생의 각오다."라고 적었다. 첫째, 민심의 바다에 몸을 던진다. 둘째, 함께 결정한 방향으로 끝까지 간다. 셋째, 그 방향은 누구도 뒤집지 못한다. 넷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등 4가지 바른정당이 살길을 제시했다. 남 지사 자신이 이미 필생즉사 필사즉생(筆生卽死 筆死卽生)의 각오를 밝힌 것이다.

현실을 보자. 11명의 '미니 정당'이 돼버린 바른정당 내에서조차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순수자강파'와 남 지사와 정병국 의원을 중심으로 한 '통합전대파'로 나뉘었다고 한다. 3차 추가 탈당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실정치와 이상정치에서 고민하고 고뇌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정치 현실이지만 '민심이 천심'이다.

창당 초심과 남 지사가 2월 제시한 4가지 제안을 다시 떠올려야 할 때다. 남 지사의 말처럼 '민심의 바다에 몸을 던지고, 함께 결정한 방향으로 끝까지 함께 간다. 그 방향은 누구도 뒤집지 못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살아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