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나, 이런 걸 지랄도 풍년이라고 하나요. 우리 남편은요, 머리가 가늘어서 비가 오는 날을 유독 싫어하거든요. - 이기호의 짧은 소설 <내 남편의 이중생활>중에서
한 주를 시작하는 아침, 휴대전화로 신문의 중요 기사를 읽다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기사의 제목은 '인천에만 없는 '학교급식지원센터' 수도권 중 유일… 인천시 '당장은 불가''였다. 인구 300만을 자랑하는 인천광역시가 아이들의 영양을 책임질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예산이 없어 당장은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기사 아래에 단신으로 '인천시 애인광장 조성 연말까지'가 있었다.
인천시는 작년에 이어 애인 페스티벌을 열었다. 길거리마다 애인 깃발을 내걸고, 시에서, 지역구에서 초청가수를 부르고, 불꽃놀이를 하느라 인천이 그야말로 'all ways'였다. 필자는 작년에 청학동마을공동체 '마을과 이웃'의 느티나무축제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마을주민들이 손에 손을 모아 행사를 준비하고, 함께 모여 노래 부르고 놀이를 하고, 국수를 나르고 나눠먹는 그야말로 사람과 사람이 주체적으로 어우러진 행사였다. 올해는 준비한 700그릇의 국수가 동이나 모자랄 정도였다고 했다. 애인, 도대체 인천을 사랑하는 마음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사랑을 있는 돈 없는 돈 털고, 집 팔아 명품 사주면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아이들 양질의 급식을 위한 지원센터는 예산이 없어 설치하지 못하면서 밤하늘에 불꽃은 펑펑 터뜨리고, 또 수억원을 들여 조형물을 세운단다. 그러면서 애인 운운한다. 사랑을 도대체 뭘로 배웠나.
달을 보라고 하니 달은 안 보고 손가락을 보는구나, 하는 말이 있다. 때로 손가락이 왜 하필 달을 가리키는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의 마음은 무엇인지 꿰뚫어봐야 할 때가 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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