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생민의 영수증>이 인기몰이 중이다. 왜일까. 청년들에게 경제적 조언을 하는 사람 중 그렇게까지 타의 모범이 되지 않거나, 요즘 청년의 삶이 어떤지 잘 이해하지 못한 채로 훈계조로 말하는 (사회적) 어른이 많았기 때문은 아닐까. 그에 비하면 김생민은 일견 신뢰가 갈 만도 하다. 김생민이 워낙 '짠돌이'로 유명하기도 한데다 각각의 고민을 듣고 함께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안에서 김생민이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일은 드물다. 가령 적금통장을 만들라고 하거나 쇼핑을 줄여야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소비를 적게 하라'는 말이다. 그 프로그램에서 내걸고 있는 '돈은 안 쓰는 것이다'하는 표어만 보아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경제적인 문제로 사연을 나누는 프로그램에서 어떤 '실질적'인 조언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함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생민의 영수증>을 왜 많은 사람이 좋아할까. 그의 '조언' 자체가 주는 실용성보다는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주는 일종의 안도감 때문은 아닐까. 덧붙여 그가 본질적인 문제를 상기시키고 또 다짐하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고민을 공유하는 것과 문제의 본질적 차원을 짚어주는 것은 두 측면이 함께 작동할 때 더욱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본질적 이야기란 대개 하나마나한 소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돈을 쓰지 말라'는 조언이 그러하다. 그런데 김생민의 이런 원칙이 말짱 헛소리로 들리지 않는 것은 그가 '나'의 문제를 진지하게 함께 검토하는 자세를 취하는 데서 오는 동질감 때문이며 그런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의 스트레스를 '그뤠잇'이나 '스튜핏'과 같은 표현을 통해 너무 무겁지 않게 다루기 때문이다.

언제나 청년들에게는 경제적 본보기가 필요하고 조언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조언자가 필요하고 다양한 '방법'보다도 원칙에 충실한 조언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러한 고민을 재치 있게 풀어나가는 '김생민'이란 조언자가 있으니 그야 말로 그레잇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