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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의 시 <섬>
울도라는 섬에 다녀왔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덕적도에 도착해서 다시 배를 갈아타고 두 시간 가까이 더 가야 닿을 수 있는 섬이었다. 동네 주민이 32가구 40명이 전부라고 했던가. 머물 숙소는 변변치 않았고, 낡아 있었다. 게다가 주인도 70세가 넘으신 어른이라 무얼 요구하거나 부탁하기도 어려웠다. 시골 집에 놀러왔다고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다. 동네를 산책하다가 배터에서부터 트럭을 운전해 우리를 민박집에 데려다주었던 치안센터 소장님을 만났다. 알고 보니 소장님과 의경은 이 마을의 가장 젊은 일꾼이었다. 모든 관광객을 배터에서 민박집까지 실어다주고, 다시 배터로 데려다주고, 관광객이 배출한 잡다한 쓰레기 처리부터 마을의 소소한 일까지 모두 소장님과 의경이 함께 하고 있었다.

소장님은 울도는 울어서 울도가 아니라 섬 앞의 작은 섬들을 울타리처럼 둘러 품고 있어서 울도라고 알려주었고, 산을 오르는 코스, 산책하기 좋은 곳 등도 알려주었다.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불렀지만 내가 그렇게 불러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섬에 와서 민중의 지팡이를 본 셈이었다. 소장님과 의경은 몸이 불편하고 연로한 마을어르신의 지팡이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울도 산꼭대기에서 바라본 바다는 나폴리보다 아름다웠다. 불어오는 바람은 또 얼마나 시원하던지 '잊지 못할' 바람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게다가 한밤중 주광색 둥근 가로등만 고요하게 떠 있는 마을에서 바라 본 밤하늘은 말 그대로 쏟아질 듯한 별들로 가득했다. 별은 쏟아질듯 반짝이고 파도소리만 잔잔히 들려오던 그 시간. 아!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마음이 한없이 어디론가 흘러 아주 어릴 적 동산에 올라 소원을 빌던 때까지 갔다. 그렇게 울도는 다른 어떤 섬보다 오롯이 기억에 남았다.

치안센터 소장님과 마을주민 사이에 섬이 없듯이, 관광객이길 포기한 순간부터 우리 역시 울도와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그러자 섬은 짙푸른 바다와 바다에서부터 솔숲을 헤치고 불어온 바람과 밤하늘의 무수히 빛나던 별을 우리에게 안겨 주었다. 40명 주민이 전부이지만 울도에서는 홀로 있는 밤에도 결코 외롭지 않을 것 같았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