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력기원(西紀)을 기점으로 꼽아 지상에서 큰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줄잡아 20년을 넘기지 못하리라 한다. 이 조사가 사실이라면 20년을 주기로 해 지구상에서 칼 부딪히는 소리와 화약 냄새가 풍기지 않았던 기간은 고작 1년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날이 새고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세계 도처에서 크고 작은 선전포고 없는 분쟁이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나마 주장도 설득력을 잃고 있는 작금의 추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작게는 이해집단, 크게는 국가주권을 수호하기에 동원된 `무기""는 세 치의 혀로 거두는 촌철살인(寸鐵殺人)에서 핵(核) 장비에 이르기까지 그 개념이 다양한 것이 그 나름의 생존을 위한 `정글의 법칙""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평화와 권력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다모클레스의 큰 칼(劍)""에 얽힌 고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리스 전설에 따르면 시티리아 섬 도시국가의 왕 디오니슈스의 신하에 다모클레스라는 아첨자가 있었다 한다.
 평소 환심을 사기 위해 왕의 행복을 축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왕이 지닌 권위를 은연중 부러워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 낌새를 알아차린 왕은 그를 불러 이르기를 “네가 평소 그토록 탐내던 자리니 하루만 누려보도록 허락하마”고 짐짓 분부를 내렸다.
 다모클레스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배려에 감격해 옥좌(玉座)에 오르자 이윽고 은은한 가락과 함께 아름다운 시녀들이 진수성찬을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 올렸다.
 이렇듯 취흥이 도도해 시간 가는 줄 모르다 문득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니 바로 위에 한가닥 머리카락에 묶인 예리한 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매달려 있지 않은가.
 그는 지금까지의 흥은 간데 없이 오직 옥좌에서 내려갈 궁리에 살아 있는 기분이 아니었단다.
 이 전설은 설명의 여지없이 권력의 자리가 보기와는 달리 마음 편치않은 가시방석이나 다르지 않을 뿐 더러 오히려 위험부담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찍이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그의 연설에서 인용하기를 핵무기는 “인류에게 있어서 `다모클레스의 칼""과 같다”고 비유한 것은 운명이 본의와는 상관없이 때로는 타의에 의한 발사 단추 여하에 좌우되고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특히 케네디 자신의 생애가 핵무기와는 거리가 먼 한발의 총성과 더불어 마감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비단 전쟁 뿐 아니라 권력의 이해상관을 둘러 싼 암투 또한 `다모클레스의 칼""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각설하고, 이러니 저러니 겉으로는 우리 주변에서 전쟁의 악몽이 사라진지 반세기를 넘겼다 하건만 일상이 생각만큼은 편치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굳이 해답을 구한다면 날이면 날마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정치권의 비생산적 대결을 보는 국민의 입장은 혼란속에 시들할 수밖에.
 하기야 민주적 정당의 존재 이유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구현하는데 있고 그러므로 하여 정권쟁취는 부여된 이상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다만 저들 여야 정치인으로 하여금 착각하지 않기 바라는 노파심은 입버릇처럼 되뇌는 절대다수인을 위한 국리민복(國利民福)이 주장과는 달리 기실 거리가 먼 아전인수에 여념이 없다는 인상을 풍기기 때문이다.
 권좌를 차지하기 위한 당위에서건 아니면 못다한 공약을 이어 펴고자하는 명분에서건 그것이 앞뒤 가리지 않는 정치 형태로 변질되지 않기 바라는 마음에서 한번쯤 다모클레스가 겪은 값진 옛 이야기를 음미할 값어치가 있다는 의견이다.
 거듭 부연하거니와 재미난 골에 범 난다는 말처럼 혹시나 제 잘난 맛에 사는 자의 머리 위에는 언제나 국민이 겨누는 `다모클레스의 칼""이 있음을 잊어서는 아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