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덕적군도의 식물 생태계 

 금세기 들어 심각해진 기후온난화는 한반도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으며 서해 유·무인도서의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그리고 우리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현재 지구상에 잔존하고 있는 자연형태의 순수한 숲은 불과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 70% 이상은 복원이 불가능한 생태로 이미 파괴됐으며 이 가운데 99%는 불행하게도 인류가 파괴의 주범이다. 누구라고 지적할 것도 없이 우리 모두가 당장의 욕심에 눈이 어두워 훼손의 한가운데 섰던 것이다.
 오존파괴로 인한 모든 생명체의 생존위기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지구생태계의 총체적인 위기다. 결과적으로 자기이익에 눈이 먼 인간의 과욕과 오늘의 안락만을 추구하려는 에너지 과소비 등이 가져온 귀결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우리 자식과 손자들이 대대로 누려야만 하는 행복권과 질 높은 삶의 터전을 원상으로 복원시켜놓지 않으면 안된다. 만일 그렇지 못한다면 오늘의 우리들은 자자손손이 누려할 자연 생명의 유산을 탕진하고 붕괴시켜버린 파렴치한 조상으로 각인될 것이다.
 이미 지구는 `제6의 멸종위기""로 치닫고 있는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우려하는 학자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약 3천만종의 생물종 가운데 현재와 같이 1년에 약 15만종이 멸종된다면 금세기 말쯤에 가서는 그 절반인 1천5백만종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한다.
 이는 여타의 종들과 함께 연대해서 살아가고 있는 또다른 종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 스스로도 함께 멸종위험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후는 한대와 온대 그리고 난대에 이르는 비교적 다양한 기후대를 갖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생물들 또한 각기 기후에 적합한 특성을 지닌 각종 생명의 모형으로 우리의 서해 유·무인도에서 기후대별로 서식하고 있지만 `실제가 어떠한가""에 대해 누구나 궁금할 것이다.
 서해안에서 생명의 다양성은 온대계와 남지나의 해양성 해류의 흐름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만 일대도 다소의 난대성 기후의 가장자리에 있다는 분석은 이미 나와 있다. 실제로 덕적도를 기점으로 인근 소야도, 울도, 백도, 선갑도 등의 생태계는 예상대로 경기 일원 내륙지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남쪽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음이 이미 보고되었다.
 본 조사단의 탐사에서도 이들 섬을 탐사할 때마다 상당한 쾌재를 선사받았다.
 사람주나무, 비목, 상산, 개산초, 세뿔석위, 자생동백, 줄사철, 갯방풍, 보춘화, 노루발, 매화노루발 등의 중요 식생들이 관찰되었다.
 특히 상록 활엽수들의 군집 형태들이 다수 관찰되어진 면면을 자세히 보면 지리적 생태 현상을 넘어 기후온난화와 연계된 적응형태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측면을 들여다 보면 난대성 유용자원 식물로의 개발재배 가능성과 더불어 유전자 확보의 한 축을 예감할 수도 있었다.
 특히 약용식생으로서, 그리고 관상수나 조경수로서의 새로운 아이템이 될 여지가 충분한 비목, 사람주나무, 소사나무, 가침박달 등이 자라고 있었다.
 새로운 시가 조성과 앞으로 개발이 요구되는 인천 공항과 인근 개발도시의 테마조경과 가로수 식재용수를 재배, 공급할 수 있는 배후 재배기지로서의 연구와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다.
 우리 조사팀은 30~40개의 유·무인도를 대상으로 계속 탐사를 벌일 것이고 이 지역의 섬 및 해안생태계에 대한 조사결과를 현지 주민, 행정기관 및 학계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할 것이다.
 금년엔 덕적면을 중심으로 하는 옹진군 중남부의 유·무인도를 우선 조사하고 내년엔 그 북쪽 즉 강화도를 중심으로 하는 도서 지역에서 난대식생들의 북방 진로를 심층 조사하여 보고자 한다.
 그리고 내후년엔 여러가지 여건이 성숙된다면 그 북방이 되는 연평도, 백령도 일원과 인근 무인도 조사를 완수함으로써 1차 조사를 끝낼 계획이다. 물론 우리는 탐사를 조사만으로 끝막음 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 주민의 소득증대와 지역발전, 때에 따라서는 생명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벤처산업으로서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모색키 위해 전문적 식견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허남주 한국난대림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