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섭 파주담당 차장
김은섭.jpg
"야 개××야, 눈 깔아, 넌 내가 죽여버릴 거야"
이처럼 온갖 욕설이 난무한 곳은 다름 아닌 파주시 부시장실.
지난 7일 맥금동 주민들은 뙤얕볕이 내리쬐는 삼복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청 앞으로 몰려가 청사민간위탁 업체와의 계약철회와 김준태 부시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가 정점을 달리던 시각인 오전 11시쯤 주민 10여명은 시청사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구사항 관철을 주장했다. 총무과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본관의 출입구를 걸어 잠그고 비상청사 방호 근무자를 입구에 배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이후 부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한 주민들에 의해 몇시간째 청사방호에 차출된 공무원들은 제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지켜야 할 본관을 내준 공무원들은 부시장 면담을 요구하면서 욕설을 퍼붓는 주민들의 저항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방호가 아닌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게 그들은 자기 역할인 청사 방호에만 충실했다. 이처럼 얼빠진 파주시의 방호체계는 이어진 김준태 부시장과의 면담에서도 여실히 그 속살을 보였다.

현재 이재홍 파주시장은 뇌물수수혐의로 구속수감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파주에 부임한 김준태 부시장은 시장 권한대행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임명직 부시장이지만 사실상 시장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책임지는 중요한 수장인 것이다.

11시10분쯤 주민들이 부시장실로 몰려가자마자 시작된 것은 대화가 아닌 욕설. 주민과의 약속을 뒤로 한 채 민간위탁업체와 계약을 했다는 데 흥분한 일부 주민이 김 부시장을 보자마자 상상할 수 없는 온갖 욕설과 위협적인 행동으로 분위기를 공포로 몰고 갔다. 동석한 주민 중 일부가 제지하기도 했지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주민들은 부시장을 향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계속 이어갔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게 돌아가는데도 담당 공무원들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만일에 사태에 대비하고 주민들의 우발적인 행동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공무원들이 그저 경찰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강건너 불구경' 하는 모습에서 파주시의 안일한 행정이 부시장실 거울속에 비쳐졌다.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흥분하기도 하고 간혹 사회규범의 경계를 벗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냉정을 찾고 체계적인 매뉴얼에 의해 대응해야 하는데도 파주시는 냉정도 매뉴얼도 없었다. 현장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과연 권한대행이 아닌 현 시장이 있는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공무원들이 똑같이 대응했을까?

이날은 김준태 부시장이 평생 공직생활 을 하는 중 가장 치욕스러웠던 하루였을 것이다. 이날 상황을 수수방관하며 허둥지둥대던 공무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권한대행도 시장과 똑같은 위치다. 비록 현 시장이 집행유예든 무죄든 형을 받을 때까지는 파주시의 시장은 김준태 부시장임을 시 공무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