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옥 경제부장

먹고 사는 일이 참 많이 힘들다는 푸념이 끊이질 않는다. 과거에도 그랬고 요즘도 그렇지만, 이런 푸념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나라 안으로는 인구 절벽, 청년층 취업난, 사회양극화, 프랜차이즈 갑질 횡포 등으로 서민경제가 말이 아니라는 한탄이 나온다.

나라 밖으로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또는 수정) 요구,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장기화 등이 한국 경제를 옥죄는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저마다 명분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보호무역주의에 기반한 자국 우선주의의 또 다른 표현으로 읽힌다.

시야를 인천으로 좁혀보자. 인천 경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살펴보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무슨 근거로, 어떤 해석과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을까.

인류 역사상 현실 분석과 미래 예측에 있어 가장 보편타당한 장치로 숫자와 통계를 빼놓을 수 없다. 물론 통계와 수치에도 허점이 있을 수 있다. 통계 작성의 오류, 통계 분석 과정의 주관적 판단으로 인한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심지어 통계와 수치를 조작하는 인위적 부작위가 개입할 소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바는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다.

숫자에 기초해 중국 사드 보복 조치 이후 인천의 교역엔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앞으로 인천은 어떻게 거센 풍랑을 헤치고 나아가야 할지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유의미한 자료를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내놨다.
'최근 중국의 경제구조 및 무역전략 변화가 인천지역 대중국 교역에 미치는 영향'이란 다소 긴 제목의 보고서가 그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 경제는 국내 다른 시·도에 비해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다.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대중국 수출 비중이 11.4%나 된다. 인천의 대중국 수출은 200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해 연평균 16.3%(2000~2016년)의 고성장을 거듭해왔다. 2003년까지는 미국이 최대 교역국가였지만 이듬해부턴 중국이 1대 교역국가로 부상했다.

그런데 수출 구조는 허약하다. 특정 품목에 수출이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수출은 반도체, 석유화학 중간원료, 철강판, 자동차부품 등 4개 품목이 전체 수출의 54%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입은 전자전기제품, 철강, 기계류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문제는 인천 주요 수출품의 대중국 수출경쟁력이 약화돼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의 자체 공급능력이 대폭 확충되면서 기계류나 전자제품 등 대중국 수출에 있어 인천이 강했던 특화품목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다.

사드 보복 이후 인천은 최종소비재 수출이 다소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화장품업종 등이 통관 지연 등 비관세 장벽으로 인한 피해를 봤다. 하지만 최종소비재 수출 비중은 7.6% 정도여서 인천 경제 전반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가장 타격이 큰 분야는 관광서비스 부문이었다. 중국발 크루즈선이 줄취소되고 카페리 여객이 급감하면서 인천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감소했다. 잉커우~인천 카페리 항로의 경우 올 3~4월 중 여객감소율이 전년 동기와 대비해 무려 68.9%나 감소했다. 호텔, 시내면세점, 여행사 등은 특히 피해가 컸다.

인천~중국 간 경제관계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크고작은 파급은 불가피할 것이되 그 양상은 산업에 따라 차별화된 모습을 띨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인천이 유심히 살펴봐야 할 점은 중국의 '경제구조 변화'에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중국은 중장기 경제사회 발전정책 목표를 제시한 제 13차 5개년규획(2016~2020년)에 따라 '속도'보단 '안정'을 추구하는 '중속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수출 위주에서 내수 중심 성장전략을 택하고 전통제조업의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계획이 완성되면 최종소비재와 서비스 수입은 늘고 중간재 수입은 축소될 것이다. 중간재 품목의 국산자급화를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인천의 대중국 수출은 더욱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요구 받게 돼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정신을 차리고 방도를 찾다보면 예기치않은 데서 활로를 찾을 수도 있다. 이른바 거안사위(居安思危)나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중국이 내수와 서비스산업을 확대하는 패턴에 발맞춘다면 오히려 인천 경제엔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한은 인천본부 보고서에 기자의 사족을 단다면 중국 위주의 수출입 선을 동남아와 인도 등 인천과 가까운 여타 시장으로 다변화하는 데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천국제공항이란 뛰어난 경쟁력을 가진 인천으로선 부산, 동해, 평택항을 아우르며 환적화물 등 고부가가치 화물 유치에 역량을 더욱 모아야 한다. 노후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제조업종 스마트화, 산학연 연계 기술개발 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