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에 나는 이미 너무 늙었고 혹은 그렇게 느끼고/ 나이 마흔의 누이는 가을 낙엽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어도/ 갈래머리 여고생처럼 후르륵 가슴을 쓸어내리고/ 예순 넘은 엄마는 병들어 누웠어도/ 춘삼월만 오면 꽃 질라 아까워라/ 꽃구경 가자 꽃구경 가자 일곱 살배기 아이처럼 졸라대고/ 여든에 죽은 할머니는 기저귀 차고/ 아들 등에 업혀 침 흘리며 잠들곤 했네 말 배우는 아기처럼/ 배냇니도 없이 옹알이를 하였네 - 김선우 시인의 <거꾸로 가는 생> 일부

이른바 '영공주'가 있다. '영화공간 주안'. 인천에서 유일하게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이다. 대형영화관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를 선택할 기회를 박탈하고 그야말로 상업적인 영화들을 상영할 때, 홀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상영한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스크린을 확보 못한 영화가 있다면 '영공주'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상영하고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영공주'에서 이번주 금요일부터 3일 동안 '허스토리(herstory) 그리고 함께' 라는 주제로 인천여성영화제가 열린다. 벌써 13회째다.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이주, 난민 떠도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다면 '인천여성영화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에 초점을 맞춘다.
여성영화제는 '차이'로 '차별'하지 않는 세상, 평등으로 나아가는 세상을 만들고자 시작되었다. 아기 엄마와 여성 택시기사, 미화원, 노인들의 서로 다른 점심시간을 보여주고 그 의미를 담아내는 '그녀들의 점심시간'부터 광장에 섰던 페미니스트들을 다룬 '시국페미'뿐만 아니라 많은 단편영화들 속에서는 지금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사회적 문제, 소수자의 문제도 다루고 있다. 알바 노동자들, 사드 배치 반대투쟁에 나선 엄마들, 야근하거나 학대받은 여성,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는 여성의 이야기 등을 그리고 있다. 모든 영화는 무료관람이다.

인천여성영화제의 영화관람을 통해 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영화를 통해, 감독과의 대화를 '나' 밖에 있는 다른 이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장마철 눅눅함을 날려줄 수 있을 것이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