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도 역사의 첫 장 쓴 '驛' … 종착역 아닌 환승·기착지돼야
경인국철 1호선 급행 정차·4호선 종착·KTX 출발 등 논의 필요
인천역. 한국 철도 역사의 첫 장을 썼다. 인천역을 통해 한반도로 뻗던 때, 인천이 곧 한반도의 중심이자 동북아 문화가 충돌하는 격변지였다. 세월이 흘러 인천역에 먼지가 쌓이며 인천역의 가치도 빛을 바랬다. 외발이 인천역은 인천 원도심의 몰락을 가져왔고 인천의 신도심 개발을 부추기며 지역 간 불균형을 양산시켰다. 다행히 수인선의 부활로 인천역에 사람이 찾기 시작했고 상권이 살아나며 도심 활력의 신호탄을 쐈다.

이제 인천역 르네상스를 열어보자. '종착역'이 아닌 '환승역'이자 '기착지'로의 시도를 해보자. 가능성을 찾아 인천역의 팔과 다리를 달아 사통팔달의 인천역으로 숨을 불어 넣자. 수인선과 경인국철 1호선, 4호선이 교차하는 인천역은 힘든 게 아니다. 시스템 변화와 실천이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국가계획에 제2공항철도를 포함시켜 인천국제공항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자연스레 인천역에 대한 경인국철 1호선 급행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

지금 인천역은 '끝'을 의미한다.
경인국철 1호선은 더 이상 달릴 곳이 없어 인천역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수인선 역시 시작은 됐지만 공사가 한창이다. 한국근대문화의 소중함이 담긴 인천역 주변이 관광지가 되며 수도권 주민이 찾은 게 얼마 전이다. 그 전까지 인천역은 종착지라는 마침과 그에 따른 음습함이 공존했다. 거기에 인천 내항의 기능이 쇠퇴하며 인천역 주변은 녹슬어갔다.

단절의 인천역을 연속 지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천역에 철길을 잇고, 사람이 찾는 곳으로 탈바꿈 하면 된다. 개발의 광풍을 통한 인위적 변화가 아닌 기존의 철길을 이용해 생각의 틀을 바꾸고, 국가 계획을 현실하면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길이 이어지고 사람이 찾으면 역세권 개발은 무리 없이 이뤄진다.

▲경인국철 1호선 급행을 놓자
경인국철 1호선 급행역은 늘고 있다. 출·퇴근 시민 등 첨두시간 이용객의 정시성 확보를 위해 시작된 경인국철 1호선 급행은 정치적 목적과 이해, 지역 개발 필요성이 교집합되며 늘기 시작했다. 특히 경인국철 1호선 동인천행 급행이 가능하게 된 것은 복선 공사가 상당 부분 마무리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인국철 1호선은 인천항 등을 이용한 화물기차가 이용하는 만큼 복선과 복복선 등 철로 다변화를 꾀했다. 인천역까지 복복선 공사도 상당한 진척을 이뤘고, 난구간 공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역은 환승역이다. 경인국철 1호선은 물론 수인선의 종착역 역할을 한다. 종착역은 새로움을 의미하는 만큼 인천역에도 급행열차가 오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직 기술적, 물리적 무리가 따르면 대처할 수 있도록 경인국철과 수인선을 관장하는 한국철도공사와 인천시가 머리를 맞대면 풀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인선·4호선 종착지는 인천역
올해 인천 철길은 반환점을 돌았다. 숙원인 인천지하철 2호선이 재정난 등의 어려움 속에도 개통됐다. 1995년 최종 단절된 수인선이 부활했다. 비록 인천지하철 1·2호선이 인천을 남북으로 오가고 있지만 장래 인천 3호선은 인천 순환선 공사로 계획됐다.

그렇다면 4호선은 어떨까. 당고개부터 오이도까지 서울북부를 시작으로 서울 중심부를 뚫고, 과천을 지나 안산도심에 이어 오이도에서 수인선과 이어진다. 수인선 공사는 현재 이 곳에서 멈춰있다. 기존 철길을 이용하면 4호선 종착지가 오이도에서 인천역까지도 가능한 셈이다. 시흥차량사업소도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미 4호선은 수인선과 겹친 구간이 많은 만큼 인천역까지 노선을 끌고 오는 것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KTX를 품은 인천역
인천발 KTX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위해 몸부림 중이다. 국비 확보가 최우선인 만큼 사업성을 얻기 위해 정부 설득 작업이 한창이다.

인천발 KTX는 인천 송도역이 출발지다. 수인선을 이용해 화성 어천역을 거쳐 경부고속철로와 연결시키는 사업이다. 사업 가능성이 수인선의 부활로 시작됐다. 어천역~경부고속철로 3.5㎞ 철로 신설에 3833억원의 사업비(국비 40%, 철도시설공단 60%)가 필요하다.

한국 철도사에 있어 인천역은 출발점이다. 인천역의 미래는 무궁하다. 현재도 경인국철 1호선과 수인선이 교차하는 지점이라 이용객이 점차 늘고 있다. 그렇다면 인천역에서 KTX를 출발시키는 게 훨씬 수월하다. 기술적 측면으로 수인선을 이용한 KTX 노선 확충을 언급한 만큼 인천역이 인천발 KTX 출발지가 되면 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와 '인천발'이란 명칭에서 오는 상징성까지 모두 얻게 된다.

▲제2공항철도의 시작점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은 인천에게 뼈아픈 실책을 남겼다. 1, 2차 계획까지는 검토 가능성을 비췄던 제2공항철도 방안을 삭제시켰다. 인천국제공항은 '정시성'이 생명이다. 인천공항의 연결로는 인천대교와 영종대교, 제1공항철도가 전부이다. 기상악화 등 외부 요인에 인천대교와 영종대교 이용이 어려워지면 제1공항철도가 정시성의 인천공항을 책임져야 한다. 심지어 인천공항 연결로 3곳은 모두 민자로 운영되는 만큼 정부 정책보다는 사업성이 우선이라 외부적 요인에 약하다.

그렇다면 인천공항의 선택지는 단순하다. 인천공항은 3단계 사업 준공을 앞두고 있다. 제2여객터미널 공사가 끝나면 한해 약 5000만명이던 이용객이 약 1.5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교통편을 늘려야 한다. 인천의 위정자를 넘어 대한민국을 이끌 정치인은 인천공항 접근성을 염두해야 하고, 그 시작이 인천역이 된다. 여기에 제2공항철도는 인천공항 화물을 내륙으로 수송해 전국으로 뻗게 할 수 있다.

최정철 인하대 교수는 "인천역과 수인선, 4호선을 잇는 방안은 현재의 기술적 접근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환승역인 인천역에서 경인국철 급행이 이뤄지는 것도 검토 가능성이 큰 만큼 인천역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