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교포 열성팬 '최정순씨' 대학리그 '3연패' 숨은 주역
10년째 인연맺고 실무 도움, 대학배구연맹 '감사패' 수여
▲ 인하대학교 배구부를 오랫동안 후원하고 응원해 온 재일교포 최정순(왼쪽에서 두번째)씨와 남편(왼쪽에서 세번째), 그의 양아들인 이경수(맨 왼쪽) 전 배구 국가대표와 최천식(맨 오른쪽) 인하대 배구부 감독.

"인하대학교 배구부가 잘할 수록 대한민국 배구가 더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5일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중부대를 꺾고 2016 전국대학배구리그 챔피언에 등극, 대회 3연패의 위업을 달성(인천일보 6일자 17면)한 인하대학교의 승승장구 뒤에는 재일교포 열성 팬의 한결같고 오랜 응원이 감춰져 있었다.

32년전 결혼과 함께 일본 오사카로 이주해 뿌리를 내린 최정순(59)씨가 바로 그 주인공. 일본에서 개인사업을 하며 평소 운동과 거리가 멀던 최씨가 배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제3회 동아시아 경기대회.

최씨는 이 대회에서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당시 배구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던 이경수 전 선수를 만났고 됨됨이에 반해 그를 양아들로 삼았다.

이를 통해 재일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배구를 응원하기 시작한 최씨는 2006년 인하대학교가 일본 오사카로 전지훈련을 가는 과정에서 실무적인 도움을 주게 된다.

직전 해인 2005년 인하대학교 감독으로 부임한 최천식 감독도 이 때 최씨를 처음 만났는데, 너무 친절하고 꼼꼼하게 전지훈련 기간 동안 선수들을 보살펴주는 그의 정성에 감동을 받았다.

이미 배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던 최씨 역시 전지훈련 동안 보여준 최천식 감독과 인하대학교 배구부의 멋진 실력과 노력에 반해 어느새 열성팬이 됐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으로 최씨는 이후 인하대학교 배구부의 일본 전지훈련 때마다 각종 지원과 무료봉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1년에도 5~10번씩 한국에 들어와 각종 대회에 참가한 인하대학교 배구부를 따라다니며 응원을 했다.

그러다보니 배구를 보는 눈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는 가끔 경기 내용을 평가·분석해 이를 선수들이나 최 감독에게 전달하기도 하는 데 그 실력이 전문가 못지 않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최천식 감독은 "최정순 선생님은 현재 인하대학교 배구부의 '비공식 단장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인하대학교 배구부를 아끼신다. 배구에 대해서도 항상 공부하시면서 조언을 해주신다. 평소 부지런하고 솔선수범하시는 성격 때문에 나와 선수들이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씨는 이런 사연이 널리 알려지면서 대학 배구계의 부탁을 받아 국내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대학초청 배구대회 개최시 여러가지 도움을 줬고, 지난 4일 한국대학배구연맹으로부터 감사패(사진)를 받기도 했다.

최씨는 "도락(道樂)이라는 말이 있다. 재미나 취미로 어떤 일을 즐기면서 삶에 대한 에너지를 얻는다는 의미다. 인하대학교 배구부를 응원하는 것이 나의 도락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노력하고 땀흘리는 모습을 보면 내가 그 기운을 받아 더 젊어지고 힘이 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