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공공기관·기업 등 청탁금지법 대책 분주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된다.

인천시청이나 상공회의소 등 공공기관과 기업, 교육계, 언론사 등 각종 기관들은 김영란법을 제대로 알고 대처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관행처럼 이뤄지던 접대가 줄고 보다 깨끗한 공직사회가 확립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혼란도 빚어지고 있다.

국회의원 비서관 A(28)씨는 이달 초 한 기관으로부터 인천 자택으로 날아온 식용유 선물세트에 놀랐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피감기관에 '선물사절'이라 알린지 며칠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A씨는 선물을 돌려보냈다.

A씨는 "사절이라는 뜻을 분명히 알렸는데 집으로 선물이 날아와서 깜짝 놀랐다"라며 "가격에 상관없이 선물은 감사에 영향을 줄 것 같아 받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인천시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B씨는 기업의 '접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주 한 잔 하자는 업체가 사라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수차례의 요청에 못 이겨 저녁 술 자리에 나갈 때에도 누가 볼까 두려웠던 경험을 이제 겪지 않아도 된다. 부정한 부탁도 더 이상 듣지 않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김영란 법의 핵심은 금품과 부정청탁의 관련성이 없어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공직자·교사·언론인 등이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결혼축의금·부조) 10만원을 넘어가는 금품을 수수할 경우 처벌받게 된다. 직무 관련성은 따지지 않는다. 일반인이나 공직자가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할 경우 금품수수와 뇌물공여가 없더라도 처벌받을 수 있다. 평소에 공직자를 '관리'하다가 필요할 때 부정청탁을 밀어 넣어 뇌물죄를 피해가는 꼼수를 막기 위함이다.

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공공기관과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인천상공회의소는 지난 7일 지역 기업인을 초청해 청탁금지법 설명회를 열었고, 인천일보도 지난 5일 법무법인 명문의 이상일 변호사를 초청해 강의를 열었다. 인천시를 비롯한 공공기관들도 전 직원 교육과 자체 감찰에 들어간 상태다.

다만 모호한 법 조항으로 인해 한동안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일상적인 부탁이나 업무상 필요한 물품 제공으로도 청탁금지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앤장 소속 이춘수 변호사는 "부모가 교사에게 '아이를 잘 봐 달라'고 부탁할 경우에도 아이(제3자)를 위한 청탁이기 때문에 법 위반 소지가 충분히 있다"라며 "기업이 기자에게 특정 기사를 보도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도 부정청탁"이라고 말했다.


/박진영·송유진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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