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7일까지 인천시립박물관 '화생방전'
근현대 변화·생활상 반영 성냥·소방자료 1000여점
▲ 다양한 모양의 '지포라이터'.

"어머, 저거 어렸을 때 아버지가 쓰던 지포 라이터인데"
"야 UN표 성냥 진짜 오랜만에 보네."

3일 오후 3시30분 송도국제도시 인천시립박물관 컴팩스마트시티 1층 기획전시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전시관을 둘러보며 한 마디씩 내뱉는다. 성냥의 전신인 조선시대의 성냥 인광노(引光奴), 인천 소재 조선 인촌주식회사의 '조선표 성냥'에서부터 가짜 지포라이터에 이르기까지 전시관은 불을 주제로 한 전시물로 가득하다.

이날 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은 경북 봉화와 영주, 안동 사람들이다. 경상북도립봉화공공도서관(이하 봉화도서관)이 모집한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인천으로 떠나는 힐링캠프'에 참여해 인천을 찾은 것이다. 이들은 앞서 오전 인천 중구 개항장을 돌아보고 두 번째 여정으로 송도국제도시를 방문했다.

김정연 봉화도서관 인솔자는 "평소 구도심과 신도심이 공존하는 인천을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인터넷 공모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2분 만에 마감됐다"고 말했다.

전만옥 봉화도서관 관장은 "이번 프로그램은 인문학 힐링캠프로 평소 인천이 아름답고 멋진 도시라 생각해 왔는데 참가자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매년 인문학 여행을 진행하는 봉화도서관은 봉화군의 대표적 문화시설로 독서문화는 물론, 전반적인 문화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봉화도서관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한 사업에 선정돼 45명의 '열성인문학도'들을 이끌고 인천에 왔다. 이들은 이날 컴팩스마트시티 책임자인 김상열 부장의 배려로 전시물은 물론, 고대·근대 전시관과 2층 인천모형관까지 돌아보는 행운까지 누렸다.

▲ 3일 오후 송도국제도시 인천시립박물관 컴팩스마트시티 기획전시관을 찾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인천으로 떠나는 힐링캠프' 프로그램에 참가한 경상북도립봉화공공도서관 사람들이 김상열 부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도시계획을 바탕으로 인천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눈에 보는 전시관인 컴팩스마트시티가 기획특별전인 '火生防展'(화생방전)을 시작한 건 8월30일이다. 11월27일까지 앞으로 3개월 예정으로 진행된다. 전시에선 성냥과 소방 관련 사진과 실물 자료 1000여점이 전시된다.

불은 문명의 상징이다. 불은 인류에게 번영과 발전을 가져다준 반면 불로 인한 재앙은 삶의 터전과 목숨까지도 앗아갈 수 있다.

부싯돌로 시작한 불의 이용은 근대 들어 발화가 쉽고 휴대가 간편한 성냥의 등장으로 편리해진다. 급속한 근대화와 공업화에 따른 대형화재는 근대식 소방제도가 탄생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성냥은 석유황에서 유래한 물질이다. 연소성 약제를 나뭇개비에 묻혀 불을 일으키는 도구다. 조선시대 실학자들을 통해 전래된 성냥은 양취등, 양수화퉁, 자기황이라 불렸다. 성냥은 1880년대 이후 인천 개항장을 통해 들어오며 알려진다.
부싯돌에 익숙했던 우리 조상들은 성냥을 도깨비 장난이나 귀신의 재주라 생각해 두려워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성냥의 편리함에 매료됐고 성냥은 점차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김상열 부장은 "불(火)의 근대화 산물인 성냥(生)과 불로 인해 야기된 재앙을 막는 소방제도(防)를 통해 근현대 사람들의 모습과 그 변화상을 살펴보고자 했다"며 "불 관련 산업의 최대 생산지로서 개항 이후부터 줄곧 세상을 환하게 밝혀왔고, 더불어 세상을 따뜻하게 해 준 '불의 도시 인천'의 미래가 환해지고, 인류와 함께 할 불의 생활 풍속사적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032-850-6018  

▲조우성 시립박물관장이 말하는 기획전


"첫 성냥부터 '불티나'까지 … 이타적 인천 상징"
개항직후 발화도구 생산시설 위치 … "추운 세상 따뜻하게 하는 데 일조"


이번 특별기획전 '화생방전'의 의의는.

-제목이 '화생방전'이긴 하지만, 무시무시한 화학전 이야기가 아니고, 인류사상 위대한 발명이었던 불의 탄생, 그리고 그것이 주는 혜택, 나아가 그를 잘못 다루었을 때 입었던 화를 막았던 과정을 등을 소방사(消防史)와 함께 다뤘다.

인천의 가치 가운데 '최초, 최고'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는데 …

-인천은 우리나라 근대문화, 문명을 이끈 '최초의 도시, 최고의 도시'였다. 그 가운데 근대적 의미의 불을 도입한 것은 생활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불을 개인이 가지고 다니며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일이었다. 오랜 옛날에는 새해에 임금이 백성에게 불을 나누어 줄 만큼 소중하고, 신성한 것이었다.

불을 일으키는 근대적 발화도구인 성냥을 최초로 만든 도시가 인천 아닌가.

-대한제국 시절, 러시아 대장성의 기록을 보면, 인천에 이미 성냥공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중에 외국산 수입 성냥에 밀리기는 했으나 국내 최대의 조선인촌주식회사가 옛 배다리 문화극장 자리에서 문을 열어 우리나라 성냥시장을 석권했고, 광복 후에도 '대한성냥'이 명성을 떨쳤다. 여기서 '인촌'이란 성냥의 한자어 표기다.

그 뒤 성냥 산업은 어떻게 발전, 변화했나.

-전쟁 직후 미군용 지포라이터가 일반화됐다. G.I문화의 한 단편이었는데, 바람에 불어도 꺼지지 않아 인기가 대단했다. 그 영향으로 짝퉁 지포라이터가 인천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역시 국내 최대의 생산지였고, 80년대의 신식 발화도구인 가스라이터 '불티나' 역시 인천이 전국 최대의 생산지였다.

인천은 전통적으로 '불을 생산한 도시'였나.

-인천은 개항 직후부터 성냥, 라이터, 불티나 등 여러 형태의 불을 만들어 전국에 나누어 주었던 선구적 불의 도시였다. 세상의 어둠을 환한 불로써 밝혀주었고, 더불어 추운 세상을 따듯하게 해 주는 데 크게 일조했던 것이다. 지금도 현대의 불인 전기를 대량 생산해 이웃도시를 밝혀주고, 따듯하게 해 주고 있다. 인천이 지니고 있는 이타적 가치 가운데 한 상징물이라고 생각한다.

소방의 역사도 엿보이는데.

-개화기 이후 인천 지역의 소방 발전사를 담았고, 불과 연관된 지역사도 함께 다양한 자료를 통해 전시 중이다. 오늘날에도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불'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변화해 왔는지를 지역사를 통해 배우는 전시회라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특히 인천시재난안전본부와 공동으로 작업한 이색적인 전시 코너도 마련했다. 많이 오셔서 관람해 주시면 더없는 영광이겠다.


/글·사진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