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자문]이상표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회사원 김모씨(31·여)는 사무실에만 오면 콧물이 나오고 온몸이 으슬으슬 추웠다. 점심 시간이 다가올 때쯤이면 두통이 시작돼 퇴근 무렵까지 계속됐다. 퇴근하고 나서도 문제가 계속됐다. 전신 피로감, 소화불량은 물론 생리불순도 나타났다. 증상이 지속되자 김 씨는 결국 병원을 찾는데 냉방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원인은 바로 사무실에서 과도하게 켜는 에어컨 때문이었다.

냉방병, 원인 다양

냉방병은 단순히 과도한 냉방기구의 사용뿐 아니라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여름철 무더위 속에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구를 과도하게 틀 경우에 걸리기 쉽다. 실내와 외부의 온도 차이가 크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냉방병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위장 운동기능이 조절되지 않고, 호르몬 분비와 스트레스에 대한 조절반응에 이상이 생긴다. 따라서 전신 피로감,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원인은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실내 공기 질에도 있다. 냉방기구를 틀면 냉기를 보존하기 위해 실내를 밀폐된 공간으로 만들게 된다. 그러면 실내 공기의 유해물질과 병원균의 농도가 높아진다.

두통과 피로감, 어지러움, 오심, 집중력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눈물, 기침, 콧물, 인후통 등 점막 자극증상도 발생하고,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장마철 제습을 위해 냉방기구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실내 중 습도가 낮아진다. 그러면 점막 자극 증상, 안구건조증 등이 악화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내과 이상표 교수는 "실내외 온도차를 5도 안팎으로 유지하고, 실내 환기를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며 "실내에서도 몸을 자주 움직이고, 틈틈이 바깥공기를 쐬면서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또 "따뜻한 물이나 차로 수분을 섭취하고, 에어컨 내부와 필터를 자주 청소하고 교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냉방병, 동시다발적 증상 나타나

냉방병은 여러 가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냉방병의 증상으로 특정 지을 수 없지만 크게 호흡기증상, 전신증상, 위장증상, 여성생리변화 및 기존 만성질환의 악화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호흡기증상으로는 감기가 있고, 기침, 콧물, 인후통 등이 있다. 전신증상으로는 두통과 피로감, 그리고 어깨, 팔다리, 허리 통증이 있다.

위장증상으로는 소화불량, 복부팽만감, 복통, 설사 등이 있고, 구통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여성생리변화로는 불규칙한 생리, 생리통 유발이 있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기존 질환이 악화되고, 냉방병에 더욱 쉽게 걸릴 수 있다.

냉방기구 중단, 잦은 환기 필요

냉방병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냉방기구의 사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좋아진다.

따라서 냉방병에 걸리기 전이라도 증상이 나타나면 냉방기구를 끄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때 미리 준비해 놓은 긴 옷을 입고, 몸을 따뜻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위장장애가 생겼을 때는 따뜻하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섭취하면 좋다.

이상표 교수는 "특별히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원인을 제거하면 증상이 수일 내에 좋아질 수 있다"며 "증상이 지속되면 대증치료가 필요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정리=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