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자문] 신학수 인천 삼목한의원장


모든 동작 중심축…신경계 보호·연결 통로 역할도
불균형 따른 디스크·척추측만증 등 근골격계 이상
교정 통해 만성 두통·생리통 '자율신경 기능' 회복
바른 자세·생활습관 개선 필수…추나 치료 병행도


흔히 척추 질환으로 디스크나 척추측만증 등 근골격계 이상을 생각하기 쉽지만 인체의 중심에 있는 척추의 상태에 따라 내장기 질환과 신경성 질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척추의 변형은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의 압박으로 인한 질병뿐만 아니라, 자율신경의 기능 이상을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성 두통, 어지럼증, 불안증, 불면증, 호흡장애, 생리통 등이 여기에 해당되며, 척추를 교정해 자율신경 기능을 회복시키면 치료 될 수 있다.

척추 틀어지면 거북목, 디스크 발생

척추는 7개의 경추골, 12개의 흉추골, 5개의 요추골과 천골이 탑처럼 쌓여 있는 구조다. 척추는 인체의 중심에 위치해서, 정지해 있을 때는 자세를 유지하고 바르게 세워주는 기둥역할을 하고, 몸을 움직일 때는 모든 동작의 중심축이 된다.

척추의 또 다른 역할은 신경계를 보호하고 연결 통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뇌와 연결된 척수는 22개의 척추골이 형성하는 척추관에 둘러싸여 보호를 받고 있고, 척수에서 시작되는 신경가지는 척추 각 마디의 신경관으로 나와 말초신경이 되어 전신에 분포하게 된다. 큰 사고를 당해서 척추를 다쳤을 때 신경까지 손상을 받으면 목 아래로, 또는 허리 아래로 마비가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사람 몸에서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척추가 있음으로써 몸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고, 신경계의 통로가 형성되어 몸을 움직일 수 있으며, 외부에서 전달되는 여러 가지 정보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기능을 하는 척추가 건강하지 못할 때, 즉 척추가 비정상적으로 틀어졌을 때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우리 몸에 이상을 일으키게 된다. 첫째는 무게중심 축의 불균형이고, 둘째는 신경의 기능 이상이다.

척추측만증에서 알 수 있듯이 척추가 반듯하지 못하고 좌우로 틀어지면, 외견상 양측 어깨와 골반의 높이가 달라지고, 다리의 길이가 다르고, 머리도 좌측 또는 우측으로 틀어지게 된다. 물론 환자는 똑바르게 서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도가 심하면 누가 봐도 좌우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중심축의 불균형이 미용상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근골격에 문제를 일으킨다. 가벼운 정도는 목, 어깨, 등, 허리 등 여러 군데에 근육통이 발생하지만, 심해지면 한쪽 발목, 무릎, 골반 등의 관절에 과부하가 걸려 관절통이 나타나고 간혹 빠른 퇴행성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단지 체중이 많이 실리는 관절뿐만 아니라 턱관절에도 영향을 미쳐서 얼굴 균형이 맞지 않고 부정교합 또는 턱관절 잡음이나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척추의 좌우 틀어짐도 문제가 되지만, 앞뒤의 균형도 중요하다. 옆에서 보았을 때 척추는 네 번의 정상적인 커브가 있다. 경추와 요추는 앞 방향으로 튀어나오고, 흉추와 천골은 등쪽으로 튀어나와야 정상이다.

근래 '거북목' 또는 '일자목'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경추의 정상적인 커브가 펴져서, 머리가 앞으로 나오고 등은 구부정한 자세가 됨으로써 마치 거북이가 머리를 내밀고 있는 모양이 되는 것이다.

이런 자세를 취하면 앞으로 쏠린 머리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뒷목과 등쪽 근육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뒷목이 뻣뻣하고 항상 어깨에 짐을 얹어 놓은 느낌의 통증이 발생한다. 더 심해지면 후두통 또는 편두통을 동반하기도 한다.

보통 수개월 간격 또는 1~2년 간격으로 다치지도 않고 특별히 무리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골반과 척추가 틀어져 있고, 한 쪽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척추의 불균형이 특정 근육이나 관절에 지속적인 과부하를 유발하고, 견딜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하면 급성 요통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보통 이런 환자는 몇 주간 휴식을 취하면서 여러가지 치료를 받아 통증이 없어지지만, 척추와 골반의 불균형은 남아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같은 일이 반복된다.

즉, 통증은 없어졌어도 병의 근본 원인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척추의 틀어짐이 무게 중심축의 불균형을 초래해 특정 근육이나 관절에 과부하를 줌으로써 통증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신경의 기능 이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척추의 각 마디에는 신경이 나오는 구멍이 있고, 척수에서 시작되는 신경가지들이 그 곳을 지나게 된다. 이 신경가지에는 운동신경, 감각신경, 자율신경이 포함되어 있어서, 각각 움직이는 근육이 있고, 감각을 느끼는 피부 구역이 있으며, 기능을 조절해 주는 내부 장기들이 정해져 있다.

이때, 척추가 틀어지면서 신경통로가 좁아진다면, 압박된 신경이 분포하는 부분에 통증이나 기능이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디스크'라고 말하는 척추간판탈출증이 대표적이다. 추간판이 신경관 쪽으로 밀려 나오거나 찢어지면서 신경가지를 눌러서 통증이 발생하는 병이다.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피부의 감각이 떨어지기도 하고, 심하면 근육의 힘이 약해지거나 위축을 일으킨다.

또 다른 척추의 대표 질환인 '협착증'도 마찬가지다. 척추에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면서 신경이 통과하는 구멍이 좁아져 통증이 발생하는 병이다.이와 같은 추간판, 척추 주변 인대 또는 척추골 자체의 병적 변화는 척추의 중심축이 틀어지면서 특정 척추관절이나 추간판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진행되는 것이다.

척추교정으로 두통, 어지럼증, 생리통 회복

척추의 변형은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의 압박으로 인한 질병뿐만 아니라, 자율신경의 기능 이상을 발생시킨다. 자율신경은 심장, 폐, 간, 소화기, 방광, 신장 등 우리 몸의 주요 장기의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이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직결되는 장기를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의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는 신경이다.

척추의 틀어짐이나 퇴행성 변화로 신경통로에 이상이 생기면, 자율신경의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다양한 신경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식체증이다. 음식을 먹고 체하거나 소화가 안 될 때 등을 두드리거나 문질러주면 속이 편해지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또는 구역질이 날 때 등을 두드리면 미식거림이 줄어드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등척추의 긴장을 풀어서 위장관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교감신경을 진정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화기질환 환자를 치료할 때 침, 뜸 치료와 한약 처방뿐만 아니라, 척추교정을 통하여 흉추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검사로도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흔히 신경성이라고 부르는 질환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만성 두통, 어지럼증, 불안증, 불면증, 호흡장애, 생리통 등이 여기에 해당되며, 척추를 교정하여 자율신경 기능을 회복시키면 치료 될 수 있다.

추나 치료와 일상생활 개선 병행해야

골반과 척추가 틀어진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짝 다리를 짚고 서거나, 다리를 꼬고 앉거나, 한 쪽 손으로 턱을 괴거나, 무언가에 기대어 앉는 등의 안 좋은 자세가 척추의 건강을 악화시킨다. 직업상 반복적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야구나 골프선수처럼 한 쪽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일을 한다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장롱이 틀어져서 놓여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문짝과 서랍도 틀어지게 된다. 이때, 아귀가 맞지 않는 서랍이나 문짝을 고치는 것이 맞는 건지, 아니면 틀어진 장롱을 똑바로 놓아주는 것이 맞는 건지, 어느 것이 옳을까?

사람도 마찬가지다. 몸의 중심축인 척추가 틀어져서 여러 군데 관절과 근육에 통증이 발생하고, 심하면 신경 압박 증상도 발생한다. 이때, 여기저기 아픈 관절이나 근육을 쫓아서 치료하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틀어진 척추를 바로 잡는 것이 맞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척추와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먼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면 틀어진 척추와 골반을 교정하고, 굳은 관절과 근육을 풀어 줄 수 있는 추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주의해야할 점과 척추를 강화시킬 수 있는 운동법을 교육 받아 꾸준히 실천해야한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