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민투표…삶의 질 개선-노동의욕 감소 찬반논란속 반대가 약간 우세
핀란드·네덜란드서도 기본소득 정책 추진
이미지 20.png
▲ /연합뉴스

소득 불평등과 일자리 감소로 일하지 않고도 일정 수입을 보장받는 '기본소득'(Basic income)이 주목받는 가운데 스위스가 이 정책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한다.

스위스는 매월 2천500 스위스프랑(한화 300만원), 어린이와 청소년 등 미성년자에게 매월 650 스위스프랑(78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5일(현지시간) 시행한다.

투표에서 이 안이 가결되면 인구 800만명, 1인당 국민소득(GNI) 8만8천120달러(2014년 기준 세계은행 자료)의 작은 부자나라 스위스는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조건없이 지급하는 세계 첫 국가가 된다.

기본소득보다 적게 버는 근로자는 부족한 금액을 추가로 받고, 수입이 없는 실업자는 기본소득을 통째로 받는다. 세금이 붙지 않는 이 기본소득은 다양한 복리후생비를 대체한다.

2일(현지시간) 스위스 시내 곳곳에는 RBI(Revenu de Base Inconditionnel)로 불리는 이 기본소득 지급방안에 대한 찬성, 반대를 호소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각 가정에는 이미 4일까지 우편으로 보내야 하는 투표용지가 보내져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투표를 앞두고 스위스에서는 기본소득이 한층 발전된 복지 정책으로 삶의 질을 높인다는 기대감과 노동 의욕을 떨어뜨리는 '복지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맞서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기존 정당과는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기본소득 도입을 촉구해온 지식인 모임은 2013년 10월 13만 명의 서명을 얻어 10만명인 국민투표 요건을 충족시켰고 스위스 연방정부는 투표를 결정했다.

'스위스에 도움이 되는' 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모임은 기본소득이 헌법의 틀에서 모든 이에 품격있는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스위스 국민 수십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만큼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복지를 보장할 수 있다는 논리다. 스위스에는 최저임금 제도가 없다.
 
하지만 스위스 내 여론은 반대쪽이 우세하다.

스위스 미디어그룹 타메디아가 5월 6일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 보도자료에서는 64%가 조건없는 기본소득에 우려를 나타냈고 찬성은 33%에 그쳤다. 3%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스위스 데모스코프 연구소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대부분이 기본소득을 받더라도 계속 일하겠다고 했지만 10%는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스위스 의회도 재원 마련 등을 이유로 기본소득 안에 반대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연간 2천80억 스위스프랑(한화 250조원)이 필요한데 기존 사회보장 예산을 줄이고 세금을 늘리는 것 외에는 재원을마련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반면 기본소득을 추진한 단체 측은 스위스가 기본소득 지급에 필요한 예산을 충당할 수 있는 부자 나라라고 주장한다.

기존 복지에서 620 스위스프랑을 이전하고 1천280 스위스프랑은 생활임금에서 충당하면 실제 재정부담이 되는 것은 스위스 GDP의 3%인 180억 스위스 프랑이라고 단체는 설명했다.
 
스위스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일정 소득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급하는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핀란드는 실업률을 낮추려는 취지에서 모든 국민에게 월 800유로(약 101만원)를지급하는 대신 기존 복지 혜택을 모두 폐지하는 복지 일원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계획의 최종안은 오는 11월에 나온다.

네덜란드에서도 중부 대도시 위트레흐트 등 19개 시 당국이 전 시민에게 매달 기본소득 900유로(약 1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위트레흐트에서는 우선 일부 복지수당 수급자에게 매달 900유로를 제공하고 이외에 따로 소득이 생기더라도 지급액을 깎지 않는 실험에 나설 계획이다.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해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에 나서는지 확인하는 실험이다.

수급자들은 돈을 벌면 수급액이 깎이기 때문에 노동을 포기하고 복지수당으로 연명하는 '빈곤의 덫'에 갇혀왔다는 지적이 있었다.

영국에서는 기본소득은 아니지만 법정 최저임금을 대체하는 생활임금(National Living Wage)이 4월부터 시행됐다. 물가를 반영해 근로자와 그 가족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 개념이다.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기본임금 도입에 실패하더라도 전 세계 지도자들이 부의 불평등 이슈와 씨름하고 있고 기술 발달로 인간의 일자리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인 만큼 기본소득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경제전문지 포천은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