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위안화값 5년여만에 최저…해외투자로 눈돌려 올해 대형 M&A 20건
IMF SDR 편입결정 이후 위안화 위상 외려 약화…강달러까지 겹쳐 '비틀'
 
중국 금융시장을 둘러싸고 불안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이 우려되면서 중국 증시에서 공매도가 급증했고 해외로의 투자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준비통화 바스켓에 편입이 결정된 이후 오히려 기축통화의 역할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본토증시를 추종하는 'CSOP FTSE 차이나 A50 상장지수펀드'에서 공매도 잔고가 25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상장 주식의 6.1%에 달해 지난해 4월 이후 1년여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하더라도 이 상장지수펀드의 공매도 잔고 비율은 1.3%였지만 한 달 만에 5배 가까이 뛴 것이다.

공매도는 특정 주식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하락하면 해당 주식을 사들여 갚는 투자전략을 뜻한다.

중국 본토증시 추종 펀드의 공매도 잔고가 늘어났다는 것은 주가 하락을 점치는투자자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미국에서 거래되는 '아이셰어즈 중국 라지캡 상장지수펀드'에 대한 하락 베팅도한 달 전에 비해 6배로 뛰었다.

중국 증시에 대한 비관 전망이 커지고 있는 것은 중국 위안화 가치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달 들어 1.6% 하락했다.

한 금융시장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A주(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내국인 거래 전용 주식)에 위험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중국 주식의 가치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안화 가치 절하에 대한 공포로 중국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

딜로이트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다섯 달 사이 10억 달러가 넘는 대형 인수합병(M&A)이 20건 진행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이는 지난해 1년간의 대형 M&A 건수인 27건에 육박하는 수치다.

딜로이트 관계자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해 안에 10억 달러가 넘는 (인수) 계약이 60건이 체결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 규모는 1년 사이에 2배로 늘었다.

지난해 중국에서 해외로 투자하는 자금의 규모는 연간 1천186억 달러로, 2014년569억 달러의 두 배로 치솟았다고 SCMP는 설명했다.

위안화는 지난해 12월 SDR 편입이 결정됐지만 이후 줄곧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홍콩의 위안화 예금 규모는 올해 3월 기준 7천590억 위안으로 1년 전 9천520억위안에 비해 한참 줄었다.

국가 간 무역결제에 쓰인 위안화 규모도 4월 기준 3천825억 위안으로 1년 전의 5천391억 위안보다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위안화 사용량이 감소하면서 국제통화의 지위가 흔들리는 데다가 올해 초 헤지펀드 세력이 위안화 하락에 대거 베팅했고, 최근에는 달러 강세까지 겹치는 등 악재 속에 위안화 가치가 절하 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한편 이날 중국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가 발표한 위안화 고시 환율은 달러당 6.5790위안으로 전날보다 소폭 올랐다. 위안화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했음을 뜻한다.

고시 위안값은 전날에 이어 2011년 2월 24일 이후 5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역외시장에서는 위안화 환율이 이날 오후 3시 6분(한국시간) 기준 달러당 6.5925위안을 보였다. 이런 위안화 가치는 2월 5일 이래 약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