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최근 가격상승 고려해 공동 조치 결의 않을 것"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다음 달 2일(현지시간) 정례회의에서도 원유 생산량을 동결하거나 줄이기로 합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이30일 보도했다.

다만,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 기존의 정책을 고수하려는 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동결이나 감산을 통해 어떻게든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데 필사적인 베네수엘라와 알제리 등 재정난 회원국 간에 분열이 심해지면서 격론이 예상된다고 외신들은내다봤다.

WSJ는 정례회의를 앞두고 오스트리아 빈에 파견된 OPEC 회원국 대표들의 말을 인용해 "원유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고려해 회원국들이 생산량과 관련한 공동 조치를 결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데이비드 허프턴 PVM증권 애널리스트는 FT에 "기본적으로 감산은 없을 것"이라며 "정례회의에서 격론이 오갈 것인지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추가 증산을 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초만 해도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에 육박하면서 저점 대비 80% 올라 당시보다 거의 두 배가량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사우디는 생산량을 줄이지 않았던 결정이 주효했다고 보고 이번 회의에서도 동일한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6월 이후부터 올 초까지 원유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데도 OPEC은 감산 결정을 하지 않았다.

과거 유가 하락 때에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부양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이는 OPEC이 감산하더라도 가격은 오르지 않고 미국 셰일가스업체 등의 시장 점유율만 높여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베네수엘라 등 재정이 열악한 OPEC 회원국이 반대하기도 했지만, OPEC의 맹주인사우디의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저유가가 예상보다 훨씬 장기간 지속돼 재정난에 빠진 회원국들의 목을 죄는 수준에 이르면서 분열이 심화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국제유가가 오른 데다 내부 분열마저 심해지면서 OPEC이 단결된 행동에 나서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중동 내 라이벌인 사우디와 이란 간 갈등, OPEC 내 부자 국가와 가난한 국가 간이견 등이 이미 노출된 상황이어서 하나의 입장으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한편, 이번 정례회의에 참석하는 13개 회원국 에너지·석유장관 중 생산량을 유지하는 현행 정책을 결정했던 2014년 6월 당시 재임 중이었던 장관은 4명뿐이라는 점도 OPEC이 새로운 합의에 이르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OPEC의 결정이 합의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경험이 일천한 신임 에너지·석유장관들은 새로 합의를 하기보다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는데 뜻을 모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오는 7월 임기가 만료되는 압둘라 알바드리 OPEC 사무총장의 후임을 정하는데도 회원국 간에 견해차가 큰 상황이다. OPEC 사무총장은 외교적 수완이 필요한 자리로, 입장이 다른 회원국 간 소통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가봉이 14번째 OPEC 회원국으로 승인될 것으로 WSJ는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41%인 OPEC의 시장 점유율은 2025년 무렵이 되면 44%가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