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섭 기자
김신섭 기자

시흥시민축구단(이하 FC시흥)이 창단한지 100일이 지났다.

FC시흥은 창단 과정에서 특정 정치인(시의원)의 과도한 간섭과 재정 조달 문제, 그리고 투명하지 않은 지도체제 등 여러가지 내부 커뮤니티 부재로 지역사회의 골칫덩어리로 출발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FC시흥의 창단과 그 이후 관련 업무를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온 시청 체육진흥과장이 1년 사이에 4명이 교체되거나 명예퇴직을 하는 진풍경(?)을 낳았다.

이러함에도 FC시흥은 여전히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머리아픈 존재'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왜 FC시흥은 믿음을 얻지 못할까.

앞서 언급했듯이 가장 핵심은 특정 정치인의 독선과 사심이 창단 과정에 그대로 녹아(?)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문제점을 지적해 공론화 해도 개선이 안된다는 것이다.

FC시흥은 출발부터 시민과 축구인들의 참여와 합의를 통한 정상적인 절차가 아닌 특정 시의원이 정치판의 꽃놀이패를 악용해 개인적 욕망을 채워가고 있다는 데 있다.

시는 지난 주 설 명절 직전에 FC시흥에 광고비 명목으로 시비 2억5000만원을 기습 집행했다.

이 예산은 지난해 제2회 추경예산에 FC시흥 홍보비 지원명목으로 3억원을 편성했으나 시의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도에 사전컨설팅 감사를 통해 집행 불가라는 감사 결과로 사용를 못하고 명시이월한 예산이다.

도의 사전컨설팅 감사결과는 후폭풍을 가져왔다.

FC시흥 창단을 주도한 특정 시의원은 집행부의 사전 컨설팅감사 의뢰를 질타했고 해당 과장은 책임을 지고 공직을 떠났으며 관련 업무는 부서내 자원한 다른 팀장에게 이관됐다.

당초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은 문제의 예산 집행을 하지 않았지만 (업무를) 자원한 그 팀장은 설 명절 전에 집행했고 FC시흥은 창단 이후 적잖은 내부 갈등 원인이었던 극심한 자금문제를 일부 해소하는 특혜를 입었다.

이에 FC시흥은 차입한 축구협회 가입비와 단원(선수)들의 급여 등 급한 불을 끌 수 있었을 것이다.

중국 위나라 고사에 나오는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라는 말이 있다.

"오이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이다. 이는 곧 자칫하면 오해를 받을 수 있으며 무엇을 훔치려고 하는 혐의를 뒤집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중국 고사를 꺼내든 것은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특정 시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FC시흥에 그 시의원의 아들이 입단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문제의 예산 집행을 사실상 주도한 담당 팀장은 그 시의원의 고향 후배다. FC시흥은 대외적 표현은 시민구단을 자처하고 있지만 그 속에 정작 시민은 없다.

FC시흥은 엄연히 영리를 추구하는 주식회사이다. 시민의 혈세를 특정인의 개인 욕심을 채우는 수단으로 또는 몇몇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서는 안될 것이다.


/시흥=김신섭 기자 sskim@incheonilbo.com